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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ASML-미스트랄AI, ‘산업+AI’ 유럽식 기술주권 모델 가속

디지털데일리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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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ASML-미스트랄AI, ‘산업+AI’ 유럽식 기술주권 모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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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ASML이 9월 7일(현지시간) 미스트랄AI의 시리즈 C 라운드를 13억유로(약 2.11조원) 규모로 주도해 총 17억유로(약 2.76조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를 100억유로(약 16.2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거래로 ASML은 미스트랄AI의 최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 이번 ASML의 결정을 ‘기업인수’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경영권 인수(M&A)보다는 신규 자본 유치에 따른 지분 재편 성격이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스트랄AI는 2023년 파리에서 구글 딥마인드·메타 출신 연구진이 공동 창업한 이후 빠르게 자금을 확보해왔다. 같은 해 12월 시리즈 A에서 3억8500만유로(약 6,259억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약 20억유로(약 3.25조원)를 인정받았고, 2024년 6월에는 에쿼티와 부채를 합쳐 6억유로(약 9,7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를 마무리해 밸류에이션을 60억달러(약 8.10조원)로 높였다.

해당 라운드에는 엔비디아, 삼성벤처투자, IBM, 세일즈포스벤처스,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계가 전략투자자로 참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2월 약 1500만~1600만유로 규모의 전환사채로 파트너십을 연계했다.

미스트랄AI 사업 전략은 고성능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오픈 가중치’ 공개와 비용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는 일부 과제에서 GPT-4와 견줄 만한 성능을 제시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구조를 내세워 개발자와 기업의 접근성을 확대했다. 자체 챗봇 서비스 ‘르샤(Le Chat)’를 고도화하는 한편,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 유럽 주요 언어에 최적화한 모델을 제공해 데이터 주권과 규제 친화성도 확보했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스트랄AI를 “프랑스의 천재성”으로 평가하며 자국 AI 사용을 독려해왔다. 유럽 내 ‘소버린(주권) AI’ 기조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유럽 반도체 장비 강자인 ASML이 유럽 AI 스타트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구도는 기술 주권과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ASML의 리소그래피 역량과 미스트랄AI의 모델·툴체인이 결합할 경우 공정 제어, 수율 예측, 장비 유지보수 등 제조현장형 AI 수요에 대응하는 레퍼런스 확보가 빨라질 수 있다. 동시에 대규모 자본 유입은 컴퓨트 인프라 확장, 데이터센터 조달, 엔터프라이즈 영업 강화 등 규모의 경제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EU 데이터 레지던시와 온프레미스·하이브리드 배치 요구에 맞춘 공급 능력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지분 구조 변화가 오픈 가중치 중심의 제품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일부 구성요소의 선택적 비공개화가 진행될지 여부는 지켜볼 대목이다. 거래 성격상 EU 내부 자본 결속이라 하더라도 데이터·안보 이슈에 따른 규제 변수는 상존한다. 글로벌 빅테크의 잠재적 인수·제휴설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종합하면 이번 건은 ‘매각’이라기보다 유럽 내부에서의 지분 질서 재정렬에 가깝다. 유럽 전략기업이 자본과 채널을 제공하고, 유럽 AI 기업이 기술과 제품을 제공하는 구조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미스트랄AI는 소버린 AI 전환 국면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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