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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행’ 전해지자, 직원 구금 회사 “그렇게 빨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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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행’ 전해지자, 직원 구금 회사 “그렇게 빨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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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오전 11시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외곽에 있는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 정문 근처에서 구금된 한국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회사에서 나온 인사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면회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포크스턴/김원철 특파원

7일(현지시각) 오전 11시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외곽에 있는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 정문 근처에서 구금된 한국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회사에서 나온 인사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면회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포크스턴/김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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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면회는 여기까집니다. 모두 돌아가세요.”



7일(현지시각) 낮 12시 30분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외곽에 있는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 정문 근처에서 직원이 손을 내저으며 “모두 돌아가라”를 반복해서 외쳤다. 뜨거운 햇볕 아래 여러 시간 대기했던 100여명의 사람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면회는 주말에만 허용되기 때문에 이날을 놓치면 다시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몇몇이 자리를 뜨지 못하자 직원이 다가와 “빨리 떠나라”며 압박했다.



직원 여러 명이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일 체포돼 이곳으로 왔다는 ㄱ씨는 “오전 11시부터 면회가 가능하다고 해서 새벽 5시부터 와서 기다렸다. 어제도 이런 식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구금자 1명당 한번에 4명가량의 면회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회사마다 여러 사람이 구금자를 만나기 위해 나온 참이었다. 이날 면회에 성공한 한국 회사 쪽 인사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이 전날에도 면회에 실패했다. ㄱ씨는 “전날도 왔는데 외국인등록번호(A-Number·Alien Registration Number)가 부여되기 전이라 만나지 못했다”며 “전직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금된 직원 이름을 계속 입력해 에이 번호가 부여됐는지 확인한 뒤 모두 적어왔다”고 말했다. 면회하려면 면회대상자의 영문 이름과 에이 번호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에이 번호가 나왔는데도 방 배정이 끝나지 않아 면회를 못 한 이들도 전날 있었다. 엘지 엔솔 협력회사 소속이라고 밝힌 ㄷ씨는 “어제도 면회와서 소지품까지 다 내고 들어갔는데 마침 한국 영사가 한국인 구금자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안내한다고 해서 못 만났다”고 전했다.



포크스턴 구금시설은 수감자를 위험도에 따라 ‘네이비-베이지-오렌지’ 등으로 구별하는데, 네이비가 가장 낮은 위험도, 오렌지가 가장 높은 위험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베이지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기숙사형과 2인실 함께 운영되는데 베이지색 노동자들은 2인 1실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성 직원이 이곳 포크스턴 시설에 구금되어 있다는 ㄴ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수신자 부담 전화였다. 내가 입금하는 돈만큼 통화할 수 있었다”며 “목소리는 씩씩했다. 그래도 얼굴을 직접 보고 ‘회사가 챙겨주겠다. 걱정 마라’는 말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남성 노동자와 통화했다는 이는 드물었다. ㄴ씨는 “여성 수감 시설에 수용인원이 적어서 그런 거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10일 한국행 가능성에 대해 현장에 모인 이들은 반신반의했다. ㄷ씨는 “아침에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본인이 동의할 경우 자진출국 형식으로 10일 한국행 전세기에 태울 수 있다. 다만 향후 5년 동안은 미국에 다시 못 온다. 그 이후엔 올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정부가 좀 더 협상을 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며 “10일이면 이번 주 수요일인데 그렇게 빠르게 처리되겠느냐. 다음 주 수요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수요일이 맞는다’고 알려주자 “정말이냐”고 되물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금된 이들 중에는 비자 허용 범위 내의 업무 중이던 이들도 있었던 거로 보인다. 이들은 ‘자진출국’을 택할 경우 빠르게 풀려날 수 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ㄴ씨는 “우리 회사 직원은 비1 비자로 와서 회의만 했는데 공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잡혀 왔다. 자진출국을 택해 한국으로 돌아갈 건지, 이민 법정에서 다툴 것인지 본인이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크스턴(미국 조지아주)/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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