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영상] 많이 나와서 아니라 방치해서…바다 점령한 쓰레기들

한겨레
원문보기

[영상] 많이 나와서 아니라 방치해서…바다 점령한 쓰레기들

서울맑음 / -3.9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변 일대. 해안선을 따라 각종 해양 쓰레기가 거대한 띠를 이루며 쌓여있다. 녹색연합 제공

전남 고흥군 도화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변 일대. 해안선을 따라 각종 해양 쓰레기가 거대한 띠를 이루며 쌓여있다. 녹색연합 제공


온통 쓰레기로 뒤덮혀 있다. 전남 고흥군 도화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안. 원래는 몽돌의 아름다움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몽돌이 아닌 해양 쓰레기였다.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선을 따라 약 100m에 걸친 전시장 같은 쓰레기 띠가 펼쳐진다. 어림잡아도 10톤 트럭 10대는 거뜬히 채울 양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양식을 비롯한 어업 활동에서 비롯된 폐기물이었다. 햇볕에 바래 원래의 색을 잃은 주황색, 파란색, 흰색 부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일부는 온전했지만, 상당수는 깨지거나 찌그러져 내부가 드러난 상태였다. 부표들 사이로는 굵고 가는 밧줄과 폐그물이 얽혀 있었는데, 일부는 풀숲까지 이어지거나 자갈과 흙 속에 깊이 묻혀 끝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그 사이로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타이어도 함께 방치돼 있었다.



특히 스티로폼의 훼손이 심각했다. 온전한 형태를 찾기 힘든 스티로폼은 대부분 잘게 부서져 있었고, 파도와 자갈에 마모된 조각들은 쌀알 크기부터 주먹 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해 자갈밭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는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 생태계는 물론 수산물을 통해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오염원이 된다.








몇 달 전 ‘정화’했다는데 쓰레기 수북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현실에 대해 고흥군청은 뜻밖의 설명을 내놨다. 군청 측은 “이곳은 지난 4월 말 정화 작업을 실시한 해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불과 몇 달이 지났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심각했다. 정화 작업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모습은 해양 쓰레기 관리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전남 고흥군 도화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변 일대. 폐스티로폼 부표, 플라스틱 통 등 양식장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대형 쓰레기들이 해변을 뒤덮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전남 고흥군 도화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변 일대. 폐스티로폼 부표, 플라스틱 통 등 양식장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대형 쓰레기들이 해변을 뒤덮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실제로 현장 곳곳에는 냉장고가 녹슨 채 방치돼 있었고, 파도에 휩쓸려온 쓰레기들은 절벽 틈에 깊숙이 끼어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상태였다. 석 달 만에 쌓였다고 보기 어려운, 오랜 시간 누적된 흔적이었다. 결국 정화 작업이 있었다 해도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형식적인 작업에 그쳤거나, 현행 관리 체계로는 단기간에 국립공원이 다시 쓰레기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군 전체 해양 쓰레기를 관리하는 인력이 8명뿐이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부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는 쓰레기가 밀려드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전남 진도의 관매도, 여수 오동도, 돌산도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람이 드나드는 구역은 비교적 깨끗하지만, 독립문바위 뒤편처럼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은 해양 쓰레기가 대량 방치돼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한려해상국립공원도 다르지 않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섬과 해안선이 해양 폐기물 집적지로 변하고 있다. 경남 통영의 비진도와 용호도 역시 관광객 눈에 띄지 않는 해변과 절벽 아래가 폐어구와 스티로폼으로 뒤덮여 있었다.







예산 부족한 데다 관할 구조도 복잡





해상국립공원의 해양 쓰레기는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필요 인력은 260명가량이지만 현재는 6개월 계약직 120명으로 운영 중”이라며 “2022년 180명이던 인력도 예산 삭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환경부의 태도는 현장과 큰 온도차를 보였다. 전남 고흥의 한 해변에 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된 사실에 대해 묻자 환경부 관계자는 “공단 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상황이라 확인이 필요하다”고만 답했다. 다도해·한려해상 등 국립공원 전반에서 해양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 지적에 대해서도 “쓰레기가 많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디에 쌓여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 전체 예산은 2022년 11조 8530억원에서 2025년 14조8007억원으로 늘었지만, 국립공원공단의 해양 쓰레기 관련 예산은 같은 기간 31억3600만원에서 26억200만원으로 줄었다.



경남 통영시의 해양쓰레기 처리 집하장. 온갖 종류의 해양쓰레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남 통영시의 해양쓰레기 처리 집하장. 온갖 종류의 해양쓰레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남 통영시 욕지도. 파도에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 등 해양 쓰레기가 바위틈에 가득 쌓여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남 통영시 욕지도. 파도에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 등 해양 쓰레기가 바위틈에 가득 쌓여 있다. 녹색연합 제공


문제는 복잡한 관할 구조에도 있다. 국립공원 구역의 1차 책임은 환경부가 지지만, 해양은 해양수산부가, 현장은 지자체가 관리한다. 이 때문에 세부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러 부처로 흩어지며 ‘칸막이 행정’의 민낯을 드러낸다. 해양 쓰레기 통합 관리 체계에 대해 묻자 환경부는 “(그것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라고 답했다. 국립공원 구역 내 책임은 환경부에 있으면서도, 쓰레기 관리 시스템은 다른 부처 몫이라는 것이다.



작년 9월 국무총리실은 해양 쓰레기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남해안과 서해안 섬과 해안 곳곳에서 수만 톤의 쓰레기가 떠돌고 있지만,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과 예산 부족, 불분명한 부처 간 책임이 얽히며 문제 해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필요한 건 ‘강력한 콘트롤 타워’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콘트롤 타워’의 부재다.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립공원공단, 지방자치단체로 책임이 흩어져 있어 현장에서의 공백은 반복되고 있다.



김경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해양 쓰레기는 양보다 영향이 중요하다”며 “민감한 생태계에서는 소량이라도 신속히 처리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처 간 협력이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도해해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담당하는 국립공원공단에는 해양 쓰레기 수거를 위한 ‘전용’ 선박이 한 척도 없다. 수거 작업에 필수적인 선박조차 없어 지자체 배를 빌리고 계약직 인력으로 그때그때 대응하는 임시방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해양 쓰레기에는 어구가 가장 많다. 양식장에서 나온 스티로폼 부표 등 해양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녹색연합 제공

해양 쓰레기에는 어구가 가장 많다. 양식장에서 나온 스티로폼 부표 등 해양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녹색연합 제공


따라서 해법은 인력 몇 명, 장비 몇 대를 늘리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예산과 인력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 통합 관리 정책을 집행할 강력한 콘트롤 타워다. 이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의 오염원 관리부터 수거, 처리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거리에 쓰레기가 방치되지 않는 것은 발생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각 자치구가 24시간 전담조직과 전용장비를 갖추고 상시 수거하기 때문이다. 해양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전담 조직과 장비가 있어야만 수거와 정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손을 못 대고 있는 사이, 섬과 해안에는 수많은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녹색연합 해양환경기록단 김윤서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