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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혼자 3기 신도시 다 짓는다지만"…민간 참여 확대 부작용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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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혼자 3기 신도시 다 짓는다지만"…민간 참여 확대 부작용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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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공공택지 매각 전면 중단
민간에는 설계·시공 맡겨
개발 이익 환수 시도 긍정적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 우려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가 예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의 골자가 드러났다. LH가 택지를 민간에 판매하지 않고 직접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자금 조달부터 시공, 설계까지 사업 전반을 민간 건설사에 맡기는 것이어서, 분양가 상승과 건설사 퍼주기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토교통부가 7일 내놓은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공급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LH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는 'LH 직접 시행' 사업 방식을 전면 적용한다.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시공 등 실무를 전담하는 전략이다. LH는 그간 토지를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내고, 이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운영했으나 앞으로 이러한 '교차 보전'은 중단한다. 정부는 LH가 조성한 택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 원칙을 법제화해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접 시행 대상 사업장은 현재 조성 중이거나 조성 예정인 매각용 공공택지 전체다. 수도권에 산재한 공공택지 규모는 19만9,000호에 이르는데 국토부는 우선 2030년까지 6만 호를 착공할 계획이다. 공급 일정과 분양·임대주택 비중 등 구체적 사안은 LH 개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연내 발표한다.

이는 사실상 LH가 지난 정부부터 활발하게 추진해온 민간참여사업(민참)을 확대 적용하는 전략이다. 국토부도 "직접 시행 전환 물량은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해 설계와 브랜드(상표) 등을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참을 활용하면 LH는 자원을 적게 투입하면서 우수한 민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건설사 역시 미분양 적체 위험 없이 일정한 수익을 얻는 장점이 있다. 민참 정산 방식은 LH·시공사가 분양 수익 일부를 나누는 방식과 LH가 약정한 대가만 시공사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도급형 민참'은 후자 방식을 따른다.

문제는 민참 확대 기조가 공공 개발 이익을 환수한다던 정부 방침과 동떨어진 점이다. 애초에 민참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민간에 개발 이익을 넘기고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주범"으로 비판해온 사업이다. LH가 공공택지 매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민참이 기존 방식보다 공공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미지수다. 도급형 민참도 이른바 '1군 건설사' 등 유명 건설사들을 끌어들이려면 시공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시공비를 깎으면 중소업체만 참여해 주택 품질이 떨어진다. LH도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고민한 부분이다.

학계와 일선 현장에는 현재 인력으로는 주택 공급량을 급격히 늘리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LH 개혁위원회가 직접 시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듬는다지만 사업 형태가 어찌 됐든 관리 인력이 갑자기 땅에서 솟지 않는 한 이행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LH는 지금도 전국 350여 개의 현장을 관리한다.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도 걱정거리다.

공사비를 높이지 않으면 민간 상표를 붙여도 품질이 얼마나 높아질지도 의문이다. 직접 시행을 추진한다면 분양가를 얼마나 떨어트릴지 사업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가 3기 신도시 사업 전체를 직접 시행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시도는 높이 평가하나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주택 품질은 결국 기존 공공 아파트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