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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노릇’ 기재부, 쪼개진다…예산처, 총리실 산하로 개편

이데일리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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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노릇’ 기재부, 쪼개진다…예산처, 총리실 산하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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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대, 정부조직 개편방안 확정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
“총리실 산하 예산처, 정치 중립성↑
균형적 예산편성 및 분배 가능해져”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기획재정부가 거시경제 정책과 세제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와 예산 기능을 전담하는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도 재정경제부로 넘어오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한 지 17년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당정대)은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정대는 조만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성안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은 총리실 아래에 ‘기획예산처’를 새로 만들어 넘기고, 그 책임자를 장관급(국무회의에 참여하는 국무위원)으로 임명한다. 예산 기능이 빠진 조직은 재정경제부로 남아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결산 포함) 등을 담당하며,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한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금융정보분석원 포함)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다.

기재부 분리론은 지난 2023년, 2024년 예산 결산 및 재정운용 과정에서 결손이 생긴 세수를 추가경정예산(추경) 없이 일명 ‘기금 돌려막기’로 메웠다는 비판이 크게 일면서 또 한 번 고개를 들었다. 기재부는 세수 부족분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외국환평형기금(외평)·주택도시기금·국유재산관리기금과 예비비 등 불용액 등으로 충당해왔다.

이 같은 ‘돌려막기’가 국가재정법, 공적자금상환기금법,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에 기재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어 이같이 폐해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같은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히 있다”며 예산 기능 분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선 선거 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5월 25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기재부 조직개편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를 대통령실이 아닌 총리실 산하로 뒀다는 점에서 정치적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 전 부처를 아우른 균형적인 예산편성 및 배분이 가능해졌단 평가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획예산처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간다면 민원성 ‘쪽지예산’ 등 정치적 입김이 세질 수 있는데, 이번에 국무총리실 산하로 뒀다는 점에서 정치 중립성을 지키고 전 부처를 아우른 총괄적 관점에서 예산을 기획, 조정하는 기능이 강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그동안 기재부는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예산권을 토대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단기적으로 체감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예산 기능을 총리실로 이관하면 사업의 장기적 안목뿐만 아닌 전 부처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이슈를 살피고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금융위는 정책과 감독을 겸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가속과 제동을 동시에’ 거는 문제가 있는데, 금융정책이 재정경제부로 넘어가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제정책조정 기능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진 교수는 “지금은 기재부가 예산권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조정해왔는데, 앞으로는 예산권이라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경제정책과 예산기능을 조정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고 했다.

정부조직개편 개관.(자료=행정안전부)

정부조직개편 개관.(자료=행정안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