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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시티 파괴하며 대피 명령…"주민 80%, 이주 안 해"

머니투데이 이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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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시티 파괴하며 대피 명령…"주민 80%, 이주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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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IDF)이 사전 대피령을 내린 뒤 고층 건물을 공습하자 주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IDF)이 사전 대피령을 내린 뒤 고층 건물을 공습하자 주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대피 명령도 거부하고 시내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시티에 있는 15층짜리 고층 건물 수시타워를 파괴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건물이 무너지는 영상을 올리며 "우리는 계속 (공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해당 건물 내부나 근처에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공격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는 해당 건물은 주거용 타워라며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1시간 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시타워 주민들은 AP통신에 "이스라엘군이 공습 전 20분을 주면서 소지품을 챙겨 대피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가자시티에 있는 고층 건물 무슈타하 타워를 공습했다. 군은 하마스가 이 건물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공격 이유를 밝혔으나 하마스는 이를 부인했다.

마흐무드 바살 가자지구 민방위대 대변인은 AFP통신에 6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56명이 숨졌으며 이중 19명은 가자지구 북부 구호품 배급 센터 근처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급식소에서 구호 음식을 받으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앞다퉈 모여들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급식소에서 구호 음식을 받으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앞다퉈 모여들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은 가자시티 공습을 이어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자지구 남부 알 마와시로 이주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알 마와시는 전쟁 초기 칸 유니스와 함께 인도주의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이곳에 의료 서비스와 식수·식량을 제공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도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알 마와시에서 물을 마시려고 줄을 서 있던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이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숨졌다.

유엔은 알 마와시의 텐트 캠프가 이미 과밀하고 안전하지 못하며 인근에 있는 병원이 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마스도 가자지구 주민에게 "가자지구 남부에는 안전지대가 없다"며 "주거 지역에 머물러 있으라"고 했다.


가자시티 주민 대다수도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현지 활동가들은 가자시티 주민의 80%가 피난하지 않고 남아있는 쪽을 선택했다고 추산했다.

가자지구 주민 아부 루아이는 "저들이 이곳을 포위하고 우리를 굶기고 폭탄을 퍼붓는 목적은 이 도시에서 사람을 전부 쫓아내서 점령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남아서 버티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남부로 대피했다가 돌아온 주민들은 남부 피난지가 이미 과포화 상태라고 전했다. 가자시티 주민 나세르 알-아타르는 "얼마 전 남부로 피난 가서 살아봤는데 내 평생 최악의 악몽이었다"며 "여기 그냥 있겠다는 건 영웅주의가 아니라 그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주민 옴 알라 아부 아즈와도 "남부 피난지의 삶은 이미 생존 불가 상태"라며 "물도 음식도 없는 천막에서 죽는 것보다 최소한 우리 고향 도시에서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가자시티 주민 사미아 무스타하(20)는 AFP통신에 "가자시에 머물든 도망치든 이제 우리에게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며 "어디를 가든 폭격이나 굶주림이라는 죽음이 우리를 쫓아다닌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폭격은 "주민 축출과 점령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카타르와 이집트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중재안에 따라 60일간 휴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향후 협상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전 철수, 구호품 무조건 반입, 국제사회 중재에 따른 포로 교환 등을 요구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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