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대, 세계 문화산업은 K-팝과 K-드라마, 한국형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BTS, 블랙핑크, 세븐틴, 뉴진스 등 아이돌 그룹은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한류 팬과 7천500만여 명의 K-팝 팬을 사로잡으며,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아카데미와 에미상을 석권해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그 현란한 성공 뒤에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취임 한 달 기념 기자간담회 |
2020년대, 세계 문화산업은 K-팝과 K-드라마, 한국형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BTS, 블랙핑크, 세븐틴, 뉴진스 등 아이돌 그룹은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한류 팬과 7천500만여 명의 K-팝 팬을 사로잡으며,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아카데미와 에미상을 석권해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그 현란한 성공 뒤에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가장 큰 약점은 저작권 시스템의 한계와 불안정한 창작자 수익 구조,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뒤떨어지는 금융 자산화의 부재다. K-팝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도, 창작자와 아티스트는 "한 작품으로 평생을 책임지는" 구조를 누리기 어렵다.
2023년 K-팝 해외 매출은 사상 처음 1조 2천377억원을 돌파했다. 공연 매출 비중이 47.5%로 압도적이며, 음반류 상품 수출은 31.4%, 스트리밍 매출은 21%로 후속한다. 한국 음악산업 수출액은 1조 7천000억원에 달했고, 팬덤 플랫폼 시장은 7.9조원까지 커졌다.
글로벌 대형 연예기획사는 실적의 50~60%를 이미 해외에서 올린다. 2025년 기준 '위버스' 등 팬덤 플랫폼 이용자의 87%가 해외에서 접속한다. K-팝 수출 주요국도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빅마켓 중심으로 재편돼 산업의 글로벌 소비 기반이 국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국 음원 시장 규모는 미국의 30분의 1(한화 약 8천억~2조원 vs. 20조원) 수준이다. 내수와 세계 시장의 격차는 시장 크기를 넘어, 창작자가 실제로 얻는 수익과 안정성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다.
미국은 ASCAP, BMI, SESAC 등 공연권 단체(PRO)가 경쟁하고, 저작권자와 창작자의 선택권이 넓다. 미국 저작권 보호기간은 창작자 사후 70년을 보장하며, 레드 제플린 'Stairway to Heaven'이나 '스타워즈'처럼 수십 년간 수익을 창출하는 슈퍼 IP가 가능하다.
한국은 사실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한 개 신탁 기관이 독점적 구조를 유지하며, 창작자는 소속과 관리 체계 선택권이 거의 없다. 해외 수익 정산은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지연되고, 협회별 운영비와 이중 공제 등으로 최종 지급액은 크게 줄어든다. 플랫폼과 유통사에 집중되는 수익 구조 역시 불공정 논란이 지속돼왔다.
블랙핑크 로제가 미국 ASCAP으로 저작권을 이전한 사례는, 국내 시스템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성장하는 세계 시장에서 창작자와 아티스트가 더 나은 보상을 찾아 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은 K-컬처 생태계의 미래를 위협한다.
이제 한국이 맞이할 다음 단계는 저작권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금융 자산화'의 기반으로 삼는 혁신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저작권과 IP를 다양한 펀드, 투자 상품, NFT 거래 플랫폼 등으로 활성화한다. 창작자는 IP를 담보로 투자받고, 투자자는 작품 성공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보상받는다.
이 모델은 내수 규모가 작은 국가에 특히 적합하다. 한국과 같이 팬덤 기반이 글로벌로 커진 상황에서, 저작권의 금융화는 창작자·산업 모두에게 안정적 자금을 공급하는 동력이 된다.
NFT, 블록체인 기반 IP 등록·거래 시스템은 작품 소유권 관리부터 라이선스 분배, 이력 추적, 파생 저작물 개발까지 전(全) 과정을 자동화한다. 팬, 투자자, 기업이 직접 IP에 참여·확장하는 투명한 생태계가 이미 미국·유럽 콘텐츠 시장에서 실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K-컬처 지속 성장의 필수 조건으로 다음을 지목한다.
첫째, 복수 신탁 기관의 허용이다. 현재의 단일 신탁 기관 구조(KOMCA 독점)는 창작자의 선택권과 경쟁력을 극도로 제한한다. 독점 체계가 해소되어야 서비스 품질·정산 투명성이 개선되고, 혁신도 가속된다.
둘째, 투명한 정산 시스템의 도입이다. 글로벌 수익 정산과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이중 공제 등 불합리한 부분을 단축하려면, 블록체인 등 IT 기반의 자동 분배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셋째, 저작권의 금융 자산화가 필요하다. IP와 저작권을 담보로 펀드와 투자상품, NFT 기반 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창작자는 미래 가치에 기반한 자금을 확보, 투자자·팬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경험하게 된다.
넷째, 창작자 권익 보장과 계약 교육을 해야 한다. 불공정 계약, 수익 분배의 모호함을 줄이고 법률 상담·교육 강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는 바람직한 창작 생태계의 기본 조건이다.
K-컬처는 이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소셜미디어, 팬덤 플랫폼을 통해 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이 성공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려면 저작권 구조 개혁과 금융 자산화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K-컬처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장의 현실은 처참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최 장관은 여러 현장을 직접 돌며 "지금이 정점일지도 모른다"는 여러 창작자의 위기감을 듣고, 단일 신탁·공연 인프라·영화 제작 투자 부진 등 적나라한 문제를 확인했다. 최 장관도 K-컬처 위기 극복을 위해 법·제도·조직개편, 범정부 대책기구 도입, 문화재정 확대 등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처럼 한 작품이 인생을 평생 책임지는 구조가 가능하게 하려면, 창작자 친화적 신탁 경쟁, 글로벌 정산 투명성, NFT 등 디지털 기반 금융화, 창작자의 권익과 교육 보장 등이 제도화 돼야 한다.
이 모두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 한국은 문화 강국을 넘어, 세계 문화·금융 융합 생태계의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수 있다.
즉,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K-팝과 K-콘텐츠의 성공을 일시적 자랑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저작권 개혁과 금융 자산화, 창작자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곧 K-컬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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