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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공포탄 수백발 든 남성이”…정치권, ‘총기 규제’에 박차

매일경제 이상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lee.sanghy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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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공포탄 수백발 든 남성이”…정치권, ‘총기 규제’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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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기 규제 법안 잇달아 발의
밀반입 시도, 상반기에만 4430건


지난 7월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꼭대기 층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어 준 아들을 살해한 남성.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7월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꼭대기 층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어 준 아들을 살해한 남성.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7월 20일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사건은 피의자가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범행도구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인 8월 22일에는 한 80대 남성이 타정총 공포탄 수백발을 들고 국회로 들어가려다가 적발되는 일도 벌어졌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 총기류를 반입하려는 시도까지 빠르게 늘어나는 실정이다. 정부가 더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총기 청정국’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단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이 대응에 나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가 총기를 단속·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야권 ‘사제총기 차단법’ 발의…국힘 11인 공동서명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야권에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안철수·추경호·성일종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함께 발의에 참여했다.

개정안은 사제 총기 제조 방법이나 설계도를 제공하거나, 장소·시설·자금·부품·기술을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사 중이다.

해외 온라인몰 ‘직구’ 물품으로 제작한 파이프형 사제총기 실험 장면. [사진 출처 =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해외 온라인몰 ‘직구’ 물품으로 제작한 파이프형 사제총기 실험 장면. [사진 출처 =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새 법안이 발의된 건 총기의 불법 제조를 알면서도 이를 돕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총포·화약류 제조업 허가제와 제조법 게시·유포 금지만을 규정한다. 조력 행위 또한 제한함으로써 사제 총기 제작을 근본적으로 막자는 게 발의 취지다.

최근 5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불법 총기 제조 게시물 삭제·차단 요청은 8983건에 달하지만, 2016년 관련 법이 시행된 이후 실제 단속은 10건에 그쳤다. 단순히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대표 발의자인 최 의원은 “최근 방영된 드라마 ‘트리거’가 보여준 무분별한 총기 확산의 디스토피아는 결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설계도 한 장, 부품 하나를 건네는 행위조차 불법 총기 제작에 가담하는 것이며, 국민 안전을 송두리째 흔드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총기 청정국’ 흔들려…해외 반입 시도 폭증

사제 총기 제작도 문제지만, 해외에서 총기류를 들어오려는 시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총기류 반입 적발 건수는 2021년 86건(88개)에서 2022년 3363건(4048개)으로 39배가량 급증한 뒤 지난해 4063건(4391개)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4430건(5753개)이 적발되는 등 이미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를 넘어섰다. 민간인의 총기 소유가 금지돼 총기 청정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지만, 이제는 안전지대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여야 공감대 속 여당 주도 입법 가속
총기류. [AFP = 연합뉴스]

총기류. [AFP = 연합뉴스]


야권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총기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관련 범죄를 제지하기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이달 1일 총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제조 조력자 단속에 초점을 맞췄다면,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신속 차단 대상에 ‘총기 제작’ 정보를 포함하고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하며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현행법을 개정함으로써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물에 한정돼 있던 방심위의 ‘긴급 서면 의결 제도’를 불법 총기 제작 정보와 불법 도박·사행행위 정보까지 확대한다. 또 총기 제조법이나 설계도를 인터넷에 게시·유포하는 행위도 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 의원은 또 이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를 신설해 불법 총기 제작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참여형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상금이 지급되면 시민들의 자발적 신고 효과가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은 “이번 법안들은 온라인 불법 총기 제작 영상과 정보를 강력히 차단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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