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란 광복절 기념사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독립기념관 사유화 논란을 일으켰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기관장들도 해당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
6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세 기관장 모두 김형석 관장의 경축사 논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공통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공공기관의 장은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독립운동의 가치를 학설의 문제로 다룸으로써 깎아내린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공식적인 기념행사에서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김 관장의 발언은) 항일 독립투쟁의 성과와 역사적 의미를 희석할 수 있다”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식민지국들이 치열하게 추진했던 ‘독립을 향한 노력’의 역사적 의미를 깎아내리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역시 “일본의 항복 선언은 연합국의 승전으로 인한 것이지만, ‘광복’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 맞선 주체적 독립운동의 결과로 이해함이 바람직하다”며 “전 세계 식민지국들의 독립운동 성과를 강대국의 선물로 깎아내리는 관점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실 설명을 들어보면, 이들 기관장 모두 뉴라이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김낙년 원장은 “일제가 쌀을 수탈한 것이 아니라 수출한 것”이라고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던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을 지낸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로 분류했다. 박지향 이사장도 “우리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 하다”며 우리 국민을 비하하여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허동현 위원장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편찬심의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로 꼽았다.
백승아 의원은 “뉴라이트 기관장들은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친일파와 다를 바 없다”며 “독립과 민주주의 역사를 훼손하고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있는 현대판 밀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헌법과 역사를 부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기관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한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8월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 신도들이 독립기념관 내 강의실에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했고 알오티시(ROTC) 동기회 행사를 대관료 없이 열어주는 등 기념관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이 제이티비시(JTBC)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여권을 비롯해 광복회, 국가보훈부 등 유관 단체는 김 관장의 발언이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독립기념관장으로 적절치 못했다며 잇따라 비판했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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