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중 인수할 곳은 찾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국 자본이 인수하지 않을까요.” (유통업 출신 한 국회의원) “그나마 현실적으로 인수할 만한 곳은 H사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 “중국 자본도 돈이 안 되는 곳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업계 고위 관계자)
기업회생을 추진 중인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가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연장서를 접수했다. 법원이 지정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인 오는 10일 전까지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위한 인수 의향자를 찾지 못한 탓이다. 이미 당초 기한인 지난 7월 10일에서 두 달 연장된 상태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내정해 조건부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의 매각을 추진했다. 이달까지 인수 의향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어 인수 의향서(LOI)를 받아 예비 실사에 들어간 뒤 최종 인수자를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야 10월 중 인가 전 M&A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 입찰도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월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돌입 후 쿠팡, CJ, 한화, 농협, 중국 자본 등 인수 의향 가능 주체에 대한 소문은 시장에 무성했다. 그러나 거론된 당사자들은 모두 손사래를 친다. 인수 시 경쟁 당국 규제에 걸린다는 곳도 있고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곳도 있다. 기대되는 시너지가 전혀 없다는 곳도 있다. 이처럼 이유는 다양하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마디로 매수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통 매각이 아닌 분할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부동산 자산도 ‘알짜’는 이미 모두 팔렸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의 시선은 정부 개입 여부로 쏠린다. 정부 개입은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과 공적 성격이 있는 농협 등에 넘기는 것을 뜻한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정부가 민간 시장에 물밑에서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을 비롯해 대량 실직을 우려하는 측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한다. 노조는 지난 8월 14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무기한 노숙 시위에 돌입한 상태다. 홈플러스와 관련된 직간접 고용 인원은 10만 명에 달한다. 직접 고용 인원은 1만9000여 명, 배송 기사를 포함한 협력 업체 직원은 5만여 명이다. 홈플러스 매출의 25% 이상을 의존하는 물류 납품 및 용역 업체 372곳과 이에 따른 협력 업체 고용 인원은 3만 명 수준이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영 실패를 세금으로 도와도 되겠냐는 반론도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공부문 부채가 늘면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탓이다.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일례로 보험사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2010년 산업은행이 인수한 이후 적자 지속과 재무 건전성 악화에 따라 매각에 계속 실패했다. 여전히 매각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포화한 시장에서 거래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 등과 관련, 소위 먹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치권은 청문회 등을 추진한다고 말하지만,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거대 여당과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도 홈플러스 등 MBK파트너스가 개입된 여러 사안을 수사 중이지만 검찰 개혁, 금융 감독 조직 개편 등과 맞물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0월 추석을 전후한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다시 엿보이기는 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9월 중 홈플러스 관련 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다.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및 홈플러스 경영진들을 증인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딱히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한다.
홈플러스 사태는 직원·점주·납품업체·지역사회·소비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매각 작업이 한없이 지연될 경우 회생 등 이후 절차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 세금을 투입해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미 인구가 줄어든 지방 곳곳에는 자체적으로 폐업하는 대형마트 점포도 적지 않다. 경영에 실패했으면 퇴출당하는 게 냉정한 시장의 원칙이다.
다만 사태 해결이 늦어질 수록 입점 점주와 임대업체의 생존은 위협받는다. 납품 대금 미정산에 따른 거래업체 피해도 커진다. 결국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자해지일 것이다. MBK파트너스의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끌어내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김문관 생활경제부장(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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