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보 정부로 쉽지 않지만 성장을 최우선에 뒀다.”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 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
최근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온다. 이런 저성장 위기에 대응해 취임 이후부터 경제 성장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은 취임 넉달 째를 맞는 이번 주 국정 기조로서 ‘성장’을 특히 강조했다. 취임 직후 1호 지시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불황과 일전을 치르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 내내 경제 성장 관련 일정과 발언에 집중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경제 성장 전략 방향’을 주제로 긴 시간 토론을 이어갔고 3일에는 경기 안산에 있는 제조 중소기업을 방문해 강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4일에는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적극 재정을 통한 경제성장 의지를 다졌다.
대통령실은 이런 행보가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시점에 맞춰 민간과 정치권을 향해 이재명 정부의 ‘성장’ 의지를 강화하고 경기 회복의 불씨를 댕기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정부 예산 중 상당 부분이 성장과 관련된 항목”이라며 “이를 어떻게 투입하고 성장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설명들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 대통령은 현재 1% 후반대인 잠재성장률을 이번 정부 임기 내 3%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국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아 세계 3대 인공지능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첨단기술과 에너지, 바이오 등의 미래 유망 산업 투자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동시에 분배 문제나 삶의 질 향상 등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날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가계와 서민의 삶이 나아지거나 분배가 좋아지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라며 “성장률 1.8%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이지만 가계 분배구조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소득에 대한 지표,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장과 함께 서민과 저소득층이 체감하고 향유할 수 있는 분배 시스템을 함께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기본사회 공약으로 대표되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복지체제다. 대선 후보 시절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이런 복지 중심 어젠다에 집중하고 경제 성장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은 “성장을 포기한 게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5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성장을 포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거는 기본으로 깔렸고 그 상태에서, 그 토대 위에서 기본사회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 복지 확대이지, 성장을 등한시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또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대립적이지 않다”며 “충분히 양자가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권 강화와 성장 정책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국정 철학을 한층 더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자신이 줄곧 강조해온 ‘산업재해 방지’와 관련해 “산업재해를 막으려고 단속과 예방을 강조했더니 건설 경기가 죽는다는 항의가 있다”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말했다. 그는 “자주 하는 말로 ‘새는 양 날개로 난다’고 한다”며 “기업, 노동 둘 다 중요하다. 어느 한 편만 있어서 되겠냐”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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