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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천만 노인 시대` 앉을 곳도 없는 복지관[르포]

이데일리 방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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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천만 노인 시대` 앉을 곳도 없는 복지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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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판 뺏긴 노인들
노인 인구 20.7% 폭증할 때, 복지시설 2.8% 증가
경로당·노인복지관 모두 "자리 없어" 아우성
예산 부족하다 보니 확충도 못하고 '난감'
"노인 위한 공간 재편 필요"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성가현 박원주 수습기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 인구비율 20% 이상)로 진입했지만 이들을 위한 여가복지시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급격하게 노인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가복지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복지관에서도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까지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래픽=김일환 기자)


폭증하는 노인, 복지시설은 제자리걸음

4일 이데일리가 보건복지부의 최근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849만명이었던 노인 인구는 지난해 1025만 6782명으로 늘어 20.7% 증가했지만 노인여가복지시설(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은 2020년 6만 9005곳에서 2024년 7만 935곳으로 2.8%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연간 증가율은 0%대였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노인들이 건강하고 건전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뜻한다. 담소나 TV시청, 바둑 등을 즐길 수 있는 경로당이나 오락 및 문화강좌부터 건강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인복지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인 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시설 확충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2020년 대비 2024년 노인 인구 증가율은 울산이 31.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세종(29.9%), 인천(29.6%), 경기(27.8%)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인구 증가율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시설 증가율은 울산 2.4%·세종 4.8%·인천 4.2%·경기 4.1%로 전체 평균보다 낮거나 조금 높은 정도에 그쳤다.

서울의 현실을 보면 이 같은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울시의 노인 인구는 전국을 통틀어서 두 번째로 많은 181만명이었지만 정작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수는 전체 시도 17개 중 8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노인복지관 예산은 점차 증액되는 추세고 스마트 노인복지관이나 스마트팜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구립 노인복지관은 전액 시비로 지원해 점차적으로 증설하겠지만, 시립 노인복지관을 추가로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 소재의 노인복지관에 자리가 꽉 차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서울 종로 소재의 노인복지관에 자리가 꽉 차 있다. (사진=염정인 수습기자)


당구대 하나에 수십명, 자리 없어 계단에 앉은 노인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시설은 포화 상태다. 서울 관악구 한 경로당 회장은 “10명 정도가 들어오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좁아서 사람을 들일 수 없다”면서 “1, 2층을 합쳐서 32평이라 점심시간에는 식탁에 다리를 올려놓고 밥을 먹기도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가 둘러본 노인복지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도봉구 한 복지관은 현재 프로그램 수강 인원만 600명이고, 매년 200~250명의 노인들이 신규 회원으로 등록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공간은 비좁았다. 바둑실에 있는 6개의 탁자, 탁구대 2개와 당구대 1개가 전부였다. 당구대 하나에 수십명이 대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곳을 매일 찾는다는 A(84)씨는 “당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용하기가 힘들어졌다”며 “당구를 치던 사람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바둑실로 오지만 인원이 10명만 넘어도 꽉 찬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의 시립복지관은 한 수업당 정원이 30명에 불과한 데 비해 지원자가 훨씬 많아 추첨을 돌릴 정도다. 해당 복지관을 이용하는 한 80대 여성은 “수업이 인기가 많아서 매번 자리가 없고, 그러다 보니 등록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직접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환경 정리 정책으로 떠밀린 노인들이 인근 복지센터로 몰리면서 더 혼잡해진 상황도 목격됐다. 250석 정도의 자리는 이미 가득했고 바닥이나 계단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도 상당수였다.


복지관 측도 이 같은 상황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 한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공간을 어떻게 조성했을 때 어르신들이 만족하는지 알고는 있다”면서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위한 보다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을 획일적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하다”며 “다양성을 고려한 공간 재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