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표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사건서 입주민 카드 증거로 제출
대법원 전경 |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재판 과정에서 주장의 증명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해 남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를 제출한 경우 그 내용에 따라선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전의 한 아파트 동대표 회장 A씨에게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일부 주민들과 갈등으로 인한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 및 동대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관리사무소에 보관 중이던 584명의 입주자 카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입주자 카드에는 세대주, 직업, 차량번호, 가족 사항, 세대원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었다.
1, 2심은 담당 재판부에 입주자 카드를 제출한 A씨의 행위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 혐의에 대해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0조(정당행위)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와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씨 가처분 사건의 주된 쟁점은 입주자대표회의 해산 결의에 필요한 정족수 충족 여부로, 입주자 카드는 그 전제 사실인 서면동의의 효력에 관한 A씨 주장을 소명하는 자료에 해당하고 재판부가 제출을 명한 자료이기도 하다며 입주자 카드 제출은 "소송행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입주자 카드 외에 아파트 세대주, 세대원을 확인할 다른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점, A씨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삭제해 침해의 위험성이 큰 정보에 대해선 어느 정도 보호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할 때도 A씨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입주자 카드에 기재된 개인정보 내용이 세대주나 세대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에 불과하고 그 밖에 정보 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법원이 물리적 보관을 담당해 해당 개인정보를 가처분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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