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뉘어 있는 국내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4개 기관(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원)으로 쪼개기로 했다. 또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조직이 여러 개로 나뉘면서 금융사의 ‘관치 리스크’만 커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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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빠르면 오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 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이번 조직 개편의 가장 큰 줄기는 금융 정책과 감독의 분리다. 현재는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효율적 정책 추진은 가능하지만, 독립적 시장의 감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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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독립성 위해 금융위 정책·감독 분리
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빠르면 오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 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이번 조직 개편의 가장 큰 줄기는 금융 정책과 감독의 분리다. 현재는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효율적 정책 추진은 가능하지만, 독립적 시장의 감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박경민 기자 |
대표적인 사례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다. 2015년 금융위는 금융 산업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을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부실 사모펀드에 엄격한 감독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서 2018년부터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해 개인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 금융 정책과 감독을 담당하는 조직을 나눠 서로 견제하게 하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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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장·금감원장 수장은 따로…금소원도 신설
이를 위해 현재 금융위가 가진 금융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재정경제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과거와 같이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금감원과 함께 시장 감독 기능만 전담한다. 하지만 과거 금감위 체제와 달리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하지 않고, 조직의 수장을 각각 두는 방향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공무원이 아닌 금감원이 금융위 해체로 인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견제 장치를 두겠다는 의도다.
박경민 기자 |
여기에 현재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영업행위 감독)을 별도로 떼어내 금소원도 신설한다. 그간 금감원이 금융사 건전성 감독에만 치중해 소비자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정부와 여당안 대로면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 2개 조직이 담당했던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 4개로 나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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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조직만 4개…“시어머니 4명, 관치 부담 커져”
이는 과거 금감위 체제와 비교해도 조직 구성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 예전 금감위 체제 때는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하면서 시장 감독 업무를 통합 관리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여당안 대로면 시장 감독 업무만 금감위·금감원·금소원 3개 기관이 나눠 맡는다. 여기에 신설하는 재경부까지 금융 정책을 통해 금융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시어머니만 4명이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재경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소원은 대출 금리를 높이면 안 된다고 감독할 수도 있다”면서 “여기에 금감위·금감원까지 제각각 입장을 취하면 관치에 대한 금융사들의 부담과 업무 혼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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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사태’ 땐 조직 분리가 문제…“위기 대응 능력 우려”
금융 위기 대응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02년 발생한 ‘카드 사태’ 때는 쪼개진 금융 조직이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카드 사태와 관련해 2004년 7월 발표한 특별감사 결과에서 “재경부·금감위·금감원으로 감독체계가 나뉘면서 감독 관련 업무가 분산·중첩되고 감독 수요자(금융사)는 세 개 기관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금융부실 발생 시 관계기관 간의 협조 미흡으로 신속한 대응이 곤란해 감독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현재 체제에서 쌓인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금융당국 체제가 최선은 아니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금융 시장 대응을 전담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상당하다”면서 “하지만 조직과 기능이 쪼개지고, 전문 인력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금융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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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소원 공공기관 지정도 추진
정부와 여당은 금감원을 과거처럼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신설 금소원도 역시 공공기관으로 출범할 수 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사 감독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자본 특수 법인’으로 민간 회사다. 하지만 금감원이 가진 업무 공공성을 이유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해마다 있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되면 독립성이 훼손되면서 관치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공공기관은 인사와 예산뿐 아니라 신설 재경부의 운영기관 관리까지 받게 된다. 실제 금감원은 과거 2007년에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독립성 유지를 위해 2009년 공공기관 지정 해제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감독과 정책 기능을 여러 기관이 나눠서 맡게 됐을 때 업무 중첩과 혼선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정리하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런 게 없이 옥상옥 조직만 계속 만들면, 결국 금융사 부담 증가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남준·박유미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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