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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가게 살인 참극 왜?…‘1인분 배달’도 불씨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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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가게 살인 참극 왜?…‘1인분 배달’도 불씨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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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관악구 한 식당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관악구 한 식당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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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가맹점주가 흉기를 휘둘러 가맹 본사 임원 등 3명을 살해한 배경에 가맹 음식점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던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가게 하자 보수 비용 문제가 사건의 직접적인 불씨였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피의자 가족과 본사 쪽은 최근 배달앱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1인분 배달’도 갈등의 한 배경으로 짚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4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피의자 ㄱ씨가 회복하는 대로 그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전날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관악구 조원동 피자 가게에서 가맹 본사인 ㅍ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와 딸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전날 ㄱ씨의 여자친구와 ㅍ사 관계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 가족과 ㅍ사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ㄱ씨는 가맹점을 운영하며 각종 비용 문제로 고민이 많았고 특히 ‘1인분 배달’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한다. ㄱ씨 아버지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평소 배달 수수료 문제로 인한 고충이 컸다”며 “최근에는 본사가 1인 피자 메뉴를 권장해서 고민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가맹 본사인 ㅍ사 관계자도 한겨레에 “ㄱ씨가 ‘1인 세트메뉴’를 하루이틀 판매했지만, 그 뒤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판매를 중단했다”며 “ㄱ씨가 평소 배달 수수료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1인 메뉴’ 도입을 두고 불거진 갈등에 인테리어 하자 보수 비용 문제까지 겹쳐 참변이 벌어졌을 정황인 셈이다.



중저가 피자 브랜드인 ㅍ사가 ‘1인 세트메뉴’ 도입에 나선 이유는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지난 4월부터 최소주문금액 요건이 없는 배달(‘한그릇’ 메뉴)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1인 가구와 혼밥족을 겨냥한 ‘한그릇’ 배달은 출시 70여일 만에 이용자 수가 100만명을 넘는 등 빠르게 호응을 얻었다. 경쟁사인 쿠팡이츠도 지난달 1인분 배달을 시작했다.



문제는 ‘1인분 배달’이 가맹점주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다. 배민의 ‘한그릇’ 배달의 경우 6300원 이상 2만원 이하 저가 메뉴만 등록이 가능하고, 20~40%를 할인 판매해야 한다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한다. 한 가맹 음식점 사장은 “배달비는 고정액(서울은 3400원)이기 때문에 객단가가 낮아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1인 메뉴는 가격이 1만원가량인데, 점주들 입장에서는 건당 수수료와 배달비 등으로 이미 40%(4천원)를 떼주고 팔아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브랜드 전체 매출과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가맹 본사는 ‘1인분 배달’을 독려하고, 손해를 보는 가맹점주는 이를 새로운 부담으로 여기면서 갈등 소지가 생긴다.



다만 ㅍ사는 1인 메뉴 도입은 선택사항이었고, 부담을 느끼는 점주들을 위해 주문 수만큼 피자 도우 1개 가격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ㅍ사 쪽은 “배달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1인분 배달용 메뉴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메뉴 도입은 점주들의 자율에 맡겼다”고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배달앱들이 1인용 무료 배달 등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비용을 점주와 본사에 전가하는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는 양상”이라며 “영세 프랜차이즈와 점주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이 흐름이 어디까지 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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