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의료진이 휠체어 체중계에 오른 장애인의 몸무게를 재고 있다. 허윤희 기자 |
“오늘 딸이랑 처음 건강검진을 받네요.”
4일 오전 8시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서울의료원 건강증진센터. 분홍색 검진복을 입은 양호석(67)씨가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딸 혜원(30)씨와 골밀도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씨는 “딸과 피검사부터 위내시경까지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혜원씨는 “치과 검사가 (아플까 봐) 가장 걱정된다”면서도 “아빠랑 같이 오니 좋다”고 했다.
이날 서울의료원·푸르메재단이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장애친화 건강검진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뇌병변·지적 장애 등 장애인 16명과 가족 11명 등 27명이 참여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은 장애인 건강검진에 필요한 휠체어 체중계, 점자프린터, 이동형 침대 등 장비를 갖춘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이다.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6500여명의 장애인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그동안 장애인분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해 검진을 받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장애인과 가족들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날로 정했다”며 “앞으로 이런 날을 정례화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장애인 건강검진’에 마음을 쓰는 것은 장애인의 경우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지만, 편하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적어 건강검진 수검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경기도 과천에서 뇌병변장애인인 딸 김예슬(35)씨와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강옥희(64)씨는 “딸이 윌슨병(몸에 구리가 쌓이는 희귀질환)도 앓고 있는데 근육이 경직돼 약을 먹고 있다. 약 부작용이 있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집 주변엔 장애인 검진을 하는 곳이 없어 그동안 검진을 못 했다. 이런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고 좋아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운영하는 기관이 적다. 현재 전국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112곳이지만 이 가운데 실제 장애인 건강검진을 하는 곳은 21곳에 불과하다. 부족한 재정과 인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뜩이나 장애친화 건강검진 기관이 적은데, 접근성이 떨어지고 홍보가 부족해 이용률도 낮은 편이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2023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21곳)에서 검진을 받은 장애인은 7363명에 그쳤다. 전체 등록 장애인(약 264만2천명)의 0.3% 수준이다.
이현석 원장은 “장애인 검진의 경우 비장애인 검진을 할 때와 비교해 이동을 도와줄 보조 인력이 필요하고 중증도에 따라 검진 시간이 5배 이상 더 걸린다”며 “의료기관에선 손실을 감수하면서 장애인 검진을 해야 한다. 중증장애인 한명당 검진가산수가 7만원이 지원되지만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장애인 검진기관이 민간 병원으로 확대되려면 수가 인상과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건강검진을 받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탈의실. 허윤희 기자 |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