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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푸틴 만나 남북 관계 논의 “내년 금강산 갈 수 있길”

이데일리 이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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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푸틴 만나 남북 관계 논의 “내년 금강산 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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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 행사 참석차 방중, 러-우 전쟁 후 첫 푸틴 접촉
김정은 위원장관 짧은 인사 “그나마 의미 있는 것” 평가
방중 대표단, 북중러 vs 한미일 우려 “구도 고착화 안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남북 관계 회복에 대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가 북한을 방문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나타냈다. 열병식에서 한자리에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간단한 인사만 건넸을 뿐 별다른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

우원식(왼쪽에서 세번째) 국회의장을 비롯해 방중 대표단이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베이징 특파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우원식(왼쪽에서 세번째) 국회의장을 비롯해 방중 대표단이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베이징 특파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우 의장은 4일 오후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열린 베이징특파원단 오찬 간담회에서 “푸틴과 식사하는 자리(전승절 리셉션)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실용 외교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 일하는 130개 남짓 되는 우리 기업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상적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측 고위급이 푸틴 대통령과 접촉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우 의장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 의장에게 남북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김 위원장을 만날 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이에 우 의장은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와 연결돼 평화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김 위원장에게도) 우리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국회도 마찬가지지만 한반도 평화 공존 시대를 열어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내년 7월 부산에서 유네스코 세계위원회가 열리는 점을 언급하면서 “유네스코 위원들이 우리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둘러볼 텐데 그 과정에 금강산을 거쳐 원산 갈마지구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푸틴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 금강산은 최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 이를 계기로 관광을 연계한 남북 문화 교류에 푸틴 대통령이 노력하길 당부한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전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한국 측 의견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남북 만남은 짧았다. 우 의장은 “어제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망루 올라가기 전 김 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간단한 인사 나눴지만 본격 대화 나누긴 어려웠다”면서 “아쉽긴 하지만 예상한 일로 잠시나마 만남 이뤄진 건 그나마 의미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전날 행사 참석에 이어 이날 오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났고 오후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는 등 고위급 외교도 이어갔다. 자오러지 위원장에겐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관심 사항이 담긴 문건을 건네기도 했다.


자오 위원장은 “공정·공평한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전인대 몫이다. 잘 살펴보고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면서 한·미·일에 대응한 신냉전 체제가 굳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행사에 한국측이 참석한 게 적절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국립외교원장 출신으로 대표단에 동행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확하게 얘기하면 한미일의 강도나 밀도에 비해 북·중·러는 매우 약한 연대이고 중국은 특히 3자가 연합해서 (미국 측에) 빌미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면서 “너무 북·중·러와 한미일 (대결)로 구도화시키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승절 계기로) 북·중·러와 한미일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걸 중국도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푸틴이 (남북 관계를) 물어본 건 한국 상황 잘 판단하고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실용외교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의장의 푸틴 만남은 의미 있는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