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중국 화학업체 '마약 밀매' 혐의로 제재…
중국, 4일부터 미 광섬유에 최대 78.2% 반덤핑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BBNews=뉴스1 |
'반미 연대'로 평가받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제2차 세계대전)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이하 전승절 열병식) 종료 직후 미국과 중국이 일제히 상대방에 대한 제재와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한층 심화할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중국 광저우 텅웨(Tengyue)화학과 개인 2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 포함된 개인은 황잔평과 황샤오쥔이다. 황잔평은 텅웨화학의 전무이사이자 지분 50% 보유자로, 법적 대표로 등재돼 있다. 황샤오쥔은 2023년 미국 판매 과정에서 사용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 계정의 명의자다. 이번 제재로 텅웨화학, 황잔평, 황샤오쥔과 관련된 미국 내 자산은 모두 동결된다.
OFAC는 성명에서 "텅웨화학은 미국에 합성 오피오이드 제조·판매에 관여했다. 또 기타 불법 약물에 혼합되는 희석제로 자주 사용되는 불법 화학물질도 판매했다. 황샤오쥔과 황잔평은 이런 불법 약물과 화학물질을 미국으로 선적하는 것을 도왔다"며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존 K 헐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중국산 불법 오피오이드가 미국인의 삶과 가정,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우리는 이 전염병을 막고자 제재와 법 집행 파트너의 기소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원료로 사용되는 합성 오피오이드는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OFAC는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은 여전히 18~45세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2021년 이후 보고된 약물 과다 복용 사망 사례의 70% 이상이 합성 오피오이드와 관련이 있고 핵심 원인은 '펜타닐'"이라며 "중국 기반 화학업체들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체 화학물질과 불법 오피오이드의 주요 공급원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3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 성루(망루)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두번째)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고 있다. /신화=뉴시스 |
미국의 이번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좀비 마약' 펜타닐 단속에 따른 조치다. 다만 일각에선 제재 발표 시기가 중국 열병식 직후 나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을 의식해 해당 조처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펜타닐 불법 유통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대중 추가 관세 부과 등 관련 규제와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2일 미 하원에선 '중국산 펜타닐 금지법'(Stop Chinese Fentanyl Act)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펜타닐 및 기타 합성 오피오이드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조처하지 않는" 중국 관리, 제조업체, 유통업체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열병식이 시작된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중국 전승절이 "미군의 희생으로 생긴 기념일"이라며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글을 남겨 북·중·러 정상 회동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역시 열병식 이후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조치를 내놔 주목받는다. 중국 상무부는 4일부터 미국산 일부(특정 분산형 단일 모드) 광섬유 수입품에 최대 78.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3일 늦게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밝혔다. 미국 기업인 코닝, OFS파이텔, 드라카 커뮤니케인션스 등이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됐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 광섬유 제조업체 창페이광섬유광케이블주식회사가 지난 3월 4일 미국 기업의 관세 회피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며 "미국 '비분산형 단일 모드 광섬유' 생산·수출업체가 무역 패턴을 바꿔 중국에 수출하며 반덤핑 조치를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1년 4월부터 미국산 비분산형 단일 모드 광섬유에 4.7~18.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2018년 7월 관세율을 33.3~78.2%로 대폭 올렸고, 2023년 4월 22일에는 과세 조치를 5년 연장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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