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정 확대 강조…‘천금 같은 기회 살리겠다’
최휘영 문화체육부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k-관광 혁신 전담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K-컬처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장의 현실은 처참하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4일 최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한 달 기념 첫 기자회견에서 “여러 현장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현실은 화려한 모습과 너무 달라 당혹스럽고 당황스러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엄청난 기회가 온 것은 맞지만 또 한편으론 ‘지금이 정점이다’라는 절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꽤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대로 축제와 같은 상황에 흥겨워만 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영화·공연 현장 ‘돈과 인프라’ 고갈”
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일 서울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문학ㆍ미술 분야 현장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최 장관은 특히 영화 산업의 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올해 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국내 영화가 20편도 채 되지 않는다”며 “투자가 멈추면서 제작 현장에 돈이 말랐고, 영화업계 종사자들이 상시적으로 일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영화 생태계가 무너져 영화인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산업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면서 이창동 감독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 장관은 “이창동 감독이 신작을 준비하며 문체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나머지 투자금을 구하지 못해 결국 반납했다”며 “넷플릭스로 향한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제작사들이 한국과 공동제작을 원해도 정부가 지원할 예산이 전무하다”며 “K-컬처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어도 ‘메이드 위드 코리아’면 충분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없다”고 토로했다.
공연 인프라 부족도 과제로 꼽았다. 최 장관은 “상시 운영되는 공연장이 부족해 한국을 찾은 한류 팬들이 정작 공연을 못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 재정이 마중물이 돼야 할 사업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결국 문화재정 확대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문화재정이 올해보다 9.2% 늘어난다고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빛나는 성취에 비해 열악한 여건을 개선해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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