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올해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역대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장마 기간은 평년 대비 짧았지만 7~8월에는 국지성 호우로 기록적인 강수량이 관측됐다.
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여름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평년보다 2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5.6도)보다 0.1도 높아 1973년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됐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6월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 8월 하순까지 지속됐다. 6월29일부터 7월10일까지 약 2주 동안 전국 일평균기온은 역대 1위(7월4일은 2위)를 기록했다. 7월8일에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했다.
7월 하순과 8월 중하순에는 밤에도 높은 기온이 이어지며 밤낮으로 무더위가 지속됐다.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일평균기온은 1∼2위를 기록했다. 늦더위가 이어지며 8월 하순 전국 평균기온도 27.8도로 역대 1위를 경신했다. 강릉, 대관령 등 13개 지점에서는 8월 하순 일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6월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북반구 중위도 지역 대기 상층의 정체된 고기압 구조(CGT)의 형성이 꼽힌다. CGT(Circumglobal Teleconnection)란 북반구 여름철에 몬순 활동과 관련해 대기 상층에서 △유럽 △인도 북서부 △우리나라 △태평양 △북미 부근에 고기압이 나타나 폭염을 발생시키는 대기 순환 패턴을 말한다.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도 더해지며 기온이 더욱 상승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확장하고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 데에는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 강화와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온도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 여름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8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남부지방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폭염일수를 기록했으며 대관령에는 1971년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했다.
전국 열대야일수는 15.5일로 평년보다 9일 많아 역대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12.5일) 대비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부산 △인천 △강릉 등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열대야일수가 기록됐다. 올해는 이른 더위에 △광주(6월19일) △대전(6월19일) 등 21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기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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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짧았지만… 국지성 호우에 기록적인 강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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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13일 서울 중랑천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장안교 인근 동부간선도로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올 여름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어 하위 5위를 기록했다. 강수량은 619.7㎜로 평년(727.3㎜) 대비 85.1% 수준이었다.
다만 강수가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7월 중순과 8월 전반에는 극값을 경신하는 등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했다. 7월16∼20일에는 상층 찬 공기를 동반한 기압골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 전국적으로 200∼7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서산, 산청 등에서는 1시간최다강수량이 100㎜를 넘었다.
8월3∼4일에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충청 이남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서해상에서 강하게 발달한 구름대가 유입되며 3일에는 전남 무안과 함평 1시간최다강수량이 100㎜를 넘었다. 9~14일에는 수도권, 강원영서,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13일에도 수도권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내려 100㎜를 넘는 1시간최다강수량이 기록됐다.
올해 장맛비는 평년보다 일찍 시작되고 일찍 종료됐다. 제주도는 6월12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은 6월19일에 장마철이 시작돼 평년보다 각각 7일, 6일, 4일 장마 시작이 빨랐다. 제주도는 역대 가장 이른 6월26일, 남부지방은 두번째로 이른 7월1일에 장마가 종료됐다. 중부지방에도 7월20일에 장마가 끝나며 평년보다 6일 빠르게 종료됐다.
4월부터 기상가뭄이 지속 중인 강원영동 지역은 여름철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강수량은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이었다. 강수일수도 24.7일로 평년보다 18.3일 적었다. 이 지역은 태백산맥으로 인한 지형효과로 강수량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이 불지 않아 강수량이 더 적어졌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폭염과 호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기상재해의 양상을 분석하고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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