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위…'공급구조 개혁'… '임대형' 사업· 구조 개혁 추진
임재만 "'토지주택은행' 설립, 임대로 공급" 주장
LH 역량 부족…민간건설사 경영·공급 악영향 우려
민간공급 85%…"매각 막기보다 사후관리 등 모색"
"토지를 소유하는 것과 임차하는 것의 편익이 같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임대형 택지공급' 방식이 확립될 수 있다."
-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LH 개혁…'임대형 택지공급' 사업방식 부상
땅을 소유하는 것과 임대하는 것의 편의나 이익이 같아질 수 있을까요?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방식을 개편하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내용입니다. LH는 그간 공공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해 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민간 건설사와 초기 분양자 등 '일부'만이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누린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임재만 "'토지주택은행' 설립, 임대로 공급" 주장
LH 역량 부족…민간건설사 경영·공급 악영향 우려
민간공급 85%…"매각 막기보다 사후관리 등 모색"
"토지를 소유하는 것과 임차하는 것의 편익이 같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임대형 택지공급' 방식이 확립될 수 있다."
-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8월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 출범을 위한 민간위원 위촉식에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왼쪽)이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민간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자료=국토교통부 |
LH 개혁…'임대형 택지공급' 사업방식 부상
땅을 소유하는 것과 임대하는 것의 편의나 이익이 같아질 수 있을까요?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방식을 개편하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내용입니다. LH는 그간 공공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해 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민간 건설사와 초기 분양자 등 '일부'만이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누린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LH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LH가 공공택지에 이익을 붙여 민간에 파는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이른바 '땅장사로 수익을 내는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LH는 그동안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공임대 등 주택을 공급해 왔고 이에 따라 매년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대신 민간토지를 수용·조성 후 택지를 매각해 얻은 이익으로 적자를 메우는 '교차보전'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택지개발을 추진하면서 투기 세력들이 가세해 주변 토지가 급등하거나 분양가가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변 집값을 상승시켜 가계부채를 확산하고 주거 불안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하에 정부는 과거 주목했던 LH의 비위, 카르텔 문제에서 벗어나 사업·기능·재무 등 LH의 사업 시스템 전반의 판을 뒤집는 개혁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8일 민간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LH 개혁위원회'가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했고요.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관련기사 : '사업·기능·재무' 모두 바꾼다…LH 개혁 본격화(8월28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개혁위 출범식에서 "LH 보유 자산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 자산"이라며 "공공주택 사업 구조와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더 많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주거안정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부했죠.
임재만 공동위원장은 이 같은 정부의 방향성과 결을 같이하는 '토지 공공성'을 강조해 온 인물입니다. 앞서 지난달 중순 국회서 열린 LH 개혁안 토론회에서는 "택지개발사업은 공익 목적을 위해 토지수용권을 사용하므로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지만 LH 등 사업주체에 적정 개발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그러면서 "공공택지 비축, 국공유지 관리, 민간택지 매수 등을 총괄할 수 있는 '토지주택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며 토지매각이 아닌 '임대형 택지공급'으로 사업방식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토지의 소유권은 공공이 갖되 국민이 토지를 장기 임차해 거주하게 하는 구조인데요. 장기적으로 토지 소유와 임차 시 편익을 동등하게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LH가 미매각토지를 토지주택은행에 매각해 대규모 부채를 이전하고, 토지주택은행은 이를 공공, 민간에 임대해 토지임대료로 매입자금을 장기간 상환토록 구조를 만들겠다는 건데요. 현재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급하도록 한다는 구상입니다.
개혁위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필요한 정보들을 모으고 있다"면서 "향후 개혁안 논의의 초점은 '임대형 택지공급' 쪽으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말해 LH의 주택공급 방식 변화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현재도 관리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요. 또 전매제한(10년, 의무거주 5년) 기간이 지나고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면서 싸게 공급한 초기 분양가와 달리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해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는데요. 일부 공공주택 공급을 제외하고 택지매각에서 끝났던 LH의 업무가 개발, 임대, 운용까지 넓어질 경우 이를 수용할 역량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예요.
더욱이 침체를 겪고 있는 민간 건설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매각 이익 대신 LH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수익, 재원 확보도 중요 과제로 꼽힙니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규모는 160조1055억원, 부채비율은 217.7%입니다.
공공·민간 주택공급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85% 민간공급 메울 수 있나
연간 주택공급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입니다. 그마저도 최근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해의 경우 공공의 주택공급 비중이 8.4%에 불과했습니다. 90% 이상을 민간에서 공급했다는 얘깁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최근 5년간 공공과 민간 주택공급 평균을 따져보니 공공이 14.9%, 민간이 85.1%였습니다. 14.9%는 LH를 포함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LH가 택지개발 등을 통한 추가 공급에 나설 경우 민간공급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8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영역의 축소가 불가피한데, LH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전체 공급에 미칠 파장이 클 수 있어서예요.
진미윤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LH에서 택지개발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영향이 큰데, 이를 팔지 않고 모두 임대로 지어 운용하도록 하면 LH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영향이 크기는 민간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진 교수는 "중소건설사들의 경우 수도권 등 주요 정비사업 경쟁에서 대형사들을 이길 수 없어 LH가 땅을 분양하기만 기다린다"면서 "공급 택지가 줄어들면 자연히 민간차원 공급과 건설사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어요.
그는 "빠르게 공급이 필요한 시기에 역량 등이 준비되지 않은 LH에 택지 개발과 운용을 맡도록 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민간공급 기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전체 공급에 악영향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어요.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산업에 대한 파급력도 우려됩니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택지 분양을 받아 몸집을 키워온 중소형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LH가 모든 시공을 할 수 없는 만큼 하청을 받아 도급계약을 하겠지만 그만큼 수익은 줄어들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들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 관계자는 "공공이 추진하는 사업은 민간에 비해 추진 속도가 느려 민첩성이 필요한 개발 사업을 LH가 맡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공사 추진 등이 지연될 경우 부진한 건설 경기 및 건설산업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어요.
일각에서는 민간공급 아파트를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매각하면 '땡'…사후관리 개선?
일각에선 LH가 매각한 공공택지가 사후관리 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주택공급 등을 목적으로 택지를 분양했지만, 모니터링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몇 년간 빈 땅으로 방치되는 곳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LH 관계자는 "대금을 완납하고 명의를 이전해 판 토지는 착공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사후관리를 하고 있지 않아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LH가 직접 지어 공급하는 건설형 공공임대 역시 사업승인 이후 택지조성, 보상 문제 등으로 수년간 연기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진 교수는 "매각 후 별도의 모니터링 기능이 없어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LH의 공급 역량을 갑자기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민간과 협의를 통해 모니터링 등 공급 관리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택지를 모두 토지임대부로 제공하는 것은 관리부담이 너무 커 실현성이 낮아 보인다"면서 "토지 매입 후 몇 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LH가 토지를 회수해 재공급할 수 있도록 '조건부 매각' 등 공급 프로세스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요.
LH 개혁 방향은 민간 건설시장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만큼 건설업계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말하는 공급 물량은 사업 승인을 기준으로 하는데 실제 토지 조성 등이 어려워 장기간 착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급통계의 허수를 줄이고 매각 후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단계적으로 짚어 해결해야지 택지매각을 하지 않는 등 너무 급진적인 전환은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어요.
또 다른 관계자는 "'임대와 소유에 대한 시장의 가치평가와 인식이 너무 다른데 무조건 임대로 공급한다고 불평등 완화와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면서 "임대 물량이 늘고 매매 가능 물량이 줄면 희소성으로 가격이 더 뛰는 등 또 다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요.
개혁위는 매주 1~2차례 강행군 회의를 통해 이르면 이달 말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택지 매각에 집중된 수익 창출 구조를 바꾸고 공공 주도 개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실수요자와 건설산업 영향을 비롯해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