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장민수 기자) 신선하고 과감한 스릴러가 나올 뻔했는데. 마무리가 영 아쉬운 영화 '살인자 리포트'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만난 두 인물의 대화가 극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객은 선주의 입장에서 영훈과 심리게임을 펼치게 된다. 영훈의 주장이 진짜인지, 선주가 살려야 하는 희생자는 누구일지 호기심이 높아진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말이 전해질 때 생기는 불안과 긴장. 말이 가진 의미와 재미를 파고들었다. 말로 상대를 찌르고 피하고 도망치는, 보이지 않는 대화 속 치열한 액션이 펼쳐진다.
이후에는 영훈의 행동이 긴장감을 더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살인에 접근하는 그의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어 하나씩 의문이 풀리고 비밀이 드러나면서 스릴은 더 높아진다. 여기에 밀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와 불안감이 더해진다.
지루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크고 작은 변주를 활용했다. 밖에서 인터뷰를 감시하는 형사 한상우(김태한)의 존재를 비롯해 색감, 카메라 구도, 플래시백 등을 적절히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정성일과 조여정, 두 배우의 치열한 연기 대결이 핵심이다. 정성일은 젠틀하고도 잔인한 살인자 연기가 돋보인다. 조여정은 청자의 입장에서 관객이 동화되도록 이끄는 리액션이 훌륭하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가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 중반부를 넘어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긴장감이 더해져야 하지만, 오히려 힘이 빠진다.
영훈이 선주를 택한 이유가 드러나면서 두 사람 사이 팽팽한 대결 구도가 깨진다. 예리한 질문과 의문스러운 대답은 사라지고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나름의 반전이 있지만, 그것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초반부 신선한 매력이 반감되는 설정이다.
결말이 가장 아쉽다. 복수를 위한 살인의 정당성을 다루는데,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답을 내린 듯하다. 윤리적으로 민감한 부분이기에 다수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터. 인물의 행동을 비롯한 개연성 측면에서도 여러 빈틈이 보여 찜찜함을 남긴다.
한편 '살인자 리포트'는 오는 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7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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