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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앤리치 몰린 미술축제…김환기 작품부터 팔렸다

매일경제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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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앤리치 몰린 미술축제…김환기 작품부터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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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을 찾은 국내외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을 찾은 국내외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프리즈 마스터스에 참가한 학고재 갤러리 부스 벽에 판매 완료를 알리는 '빨간 딱지'가 붙었다. 푸른색조에 구름과 달이 서정적으로 그려진 김환기의 1962년 구상화 '구름과 달'이 20억원에 팔린 것. 세계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막을 연 국제 아트페어 프리즈에서 한국 미술 작품부터 일찌감치 팔리기 시작했다.

3일 오전 11시 서울 코엑스에서 참여 화랑이 295곳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A·B홀, 7일까지)와 프리즈(C·D홀, 6일까지)가 나란히 개막했다.

VIP 고객들만 입장할 수 있는 첫날은 판매가 집중돼 행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미술 시장 불황으로 해외 화랑의 참여가 줄어든 프리즈는 우려 속에 열렸지만 컬렉터 1만여 명이 몰려와 기대 이상의 판매 성과를 거뒀다. 두 페어장 모두 중국에서 단체관람하러 온 젊은 컬렉터들로 북적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예년보다 유럽, 미국, 대만, 일본 등에서 온 컬렉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해외 관람객이 늘어난 가운데 한국 작가의 활약이 눈부셨다. 학고재는 김환기를 비롯해 송현숙 작품도 개막하자마자 판매했다. 백남준, 변월룡도 인기를 누렸다. 이미래, 갈라 포라스-김 등 한국 작가를 집중 소개한 독일 화랑 스프루스 마거스도 아침 일찍 송현숙 작품부터 1억2000만원에 팔았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한국 대표 작가를 소개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화랑은 양극화가 극심했다. 위축된 한국 시장에 검증된 중저가 작품을 위주로 출품한 갤러리가 많았고 판매도 20억원 이하에 집중됐다. 가고시안에 출품된 무라카미 다카시의 440만달러(약 61억원) 회화, 하우저앤워스의 아돌프 고틀리브의 1962년작 'Expanding'과 구사마 야요이의 조각 '호박'이 나란히 350만달러(약 49억원)에 출품됐지만 첫날엔 주인을 찾지 못했다.

키아프 서울은 전반적으로 출품작의 수준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중견 작가와 거장들의 작품까지 두루 출품돼 이목을 끌었다. 국제갤러리는 부스 중 절반가량을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미니 솔로 부스'로 꾸며 VIP 프리뷰 첫날부터 'small pink black violet mountain'(2025년·약 7000만원) 등 조각 작품만 10점을 판매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서 깊은 화랑인 디(DIE) 갤러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1939년 드로잉 'Tete de Femme'(1억800만원), 앙드레 마송의 1932년 회화 'Femme surprise'(4억원)를 비롯해 막스 에른스트, 팔마 베키오 등의 걸작을 내놨다.

출품작의 매체도 회화, 드로잉뿐만 아니라 대형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으로 훨씬 다양해졌다.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양정욱 작가의 1.9m 높이 키네틱 아트 'A Quiet Person-At the Brokerage Firm'(2025)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아트오브더월드 갤러리는 폭스바겐의 자동차 '비틀'을 구 형태로 변형·재구성한 인도네시아 작가 이치완 누르의 거대한 조각 '블루 비틀 구'(2024)를 부스 중앙에 배치했다.

그 밖에 갤러리 신라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치앤칩스의 솔로 부스를 펼쳤고, 갤러리 아트파크는 이리남 작가의 5채널 비디오 아트 작품을 비롯해 신동원 작가의 벽면 조각, 신한철 작가의 대형 조각 등으로 부스를 채웠다. 염지혜 작가는 키아프 특별 전시 '리버스 캐비닛'을 통해 비디오 아트 2점을 내놨다. 써포먼트 갤러리는 이인섭 작가의 회화, 오브제 등 9점의 작품을 대형 설치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만 참가 갤러리들의 개막 첫날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국제갤러리, 학고재 등 일부 대형 화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스당 2~3점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김슬기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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