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한국, 중국과 51번 전쟁” 한국 역사에 관심 보인 트럼프, 시진핑의 역사관 비판 왜?[디브리핑]

헤럴드경제 김수한
원문보기

“한국, 중국과 51번 전쟁” 한국 역사에 관심 보인 트럼프, 시진핑의 역사관 비판 왜?[디브리핑]

서울맑음 / -3.9 °
시진핑, 전승절 열병식서 中공산당 역할 강조
트럼프 “일본 패망은 미국의 지원 있어 가능”
“미국이 중국에 지원한 막대한 지원 존중돼야”
시진핑, 최근 공산당 위주 역사관 수정작업 직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동한 채 리셉션 장소에 입장하고 있다. [E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동한 채 리셉션 장소에 입장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과 지난 2000여년간 51번 전쟁을 했다”며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관계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을 향해 또 한 번 역사 논쟁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중 자신이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눈 일화를 들려줬다.

자신이 시 주석에게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자 시 주석이 ‘한국은 지난 2000여년간 중국과 51번 전쟁을 했다. 한국은 당시 남과 북이 아닌 하나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시 주석이 북한을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얘기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강인함에 대해 큰 인상을 받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리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CO 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들이 다수 참여했다.

세 정상이 열병식 시작 전 톈안먼 망루로 올라서고 있다. [AP]

세 정상이 열병식 시작 전 톈안먼 망루로 올라서고 있다. [AP]



트럼프 “한국, 중국과 2000년간 51번 전쟁” 언급하며 한국 강인함 인식
또한 전승절 열병식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푸틴 대통령 등 26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시 주석은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을 대동하고 행사를 진행해 ‘북중러’ 연대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과시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는 ‘반(反)서방’ ‘반미’ 연대의 중심임을 안팎에 천명했다.

톈안먼 망루(성루)에는 시 주석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급 외빈 20여명이 올랐다.

북중러 정상은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옛 소련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회동 이후 66년 만에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시 주석은 열병식이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막이 오른 뒤 기념연설에서 세계는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승리를 이뤘다며 “(중국) 전국 각 민족 인민은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영도 아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사상과 과학적 발전관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군이 3일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EPA]

중국군이 3일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EPA]



중국 전승절 열병식서 中공산당 영도력 ‘자화자찬’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역사 인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이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등 기존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사실상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이 진행되던 3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시 주석의 역사 인식을 공격했다.

그는 중국이 외국 침략자에 맞서 자유를 확보하는 걸 도울 목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제공한 막대한 양의 지원과 ‘피’”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답변해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이 죽었다”며 “나는 그들이 그들의 용기와 희생 덕분에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중국명 ‘비호대<飛虎隊>’)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플라잉 타이거는 미국이 제2차대전 참전에 앞서 당시 중화민국을 지원할 목적으로 1941년∼1942년 비밀리에 파견한 부대다.

이들 군 조종사는 신분을 민간인으로 바꾸고 자원 의용군 형태로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의 항일전을 지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미국의 지원 때문에 일본 패망…이에 대해 중국이 예우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군국주의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중국 전장(戰場)에서도 미군이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군을 도왔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일본이 패망해 오늘날의 중국이 존재하는데, 시 주석이 그런 사실을 외면하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해 시 주석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항할 공모를 하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개인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여기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드러내놓고 ‘친중 행보’를 한 것에 서운함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선 SCO 톈진 정상회의와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북한은 물론 인도까지 가세해 ‘반(反)미·반(反)서방’ 목소리를 높이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에서 강한 반작용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지난 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SCO 톈진 정상회의를 겨냥해 “보여주기 행사”라고 일축했다.

러시아산 원유 주요 구매국인 중국과 인도에 대해선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하는 악당”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선 시 주석과 당국 주도로 역사 재해석 열풍이 거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장에서와는 달리 중국 전장에선 공산당군이 주축이었다는 것이 역사 재해석 주장의 핵심이다.

2차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시작된 항일전쟁에서 일본에 맞선 것이 공산당군이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마친 뒤 리셉션에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마친 뒤 리셉션에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AP]



시진핑, 중국 공산당 위주 역사 재해석 ‘앞장’
‘국공합작’이 있기도 했지만, 규모로 볼 때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군보다는 장제스의 국민당군이 중일전쟁의 주역이었다는 그동안의 일반적인 역사 인식을 바꾸려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미국 등 서방 위주로 기술된 2차 대전 전쟁사와 전후 국제질서 확립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군과 중국의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안팎에선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제2의 대국으로서의 중국을 자리매김하고 현재 분쟁 대상지인 남중국해와 대만 등에서 중국의 입지를 확장하려는 ‘심모원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중국의 맞춤형 역사 재해석으로, 중 당국은 일본의 패망이 공식화한 1951년 미국 주도의 샌프란시스코 조약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전후 대만을 중국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한 카이로선언과 포츠담 선언은 인정하려 한다.

이 같은 역사 재해석은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을 4개월 앞뒀던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관람한 걸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아시아와 유럽에서 벌어진 주요 전쟁의 무대였다. 두 나라는 일본 군국주의와 독일 나치즘에 대한 저항의 주력이었고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에 중추적 공헌을 했다”고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시 주석은 아울러 항일전쟁 기간을 8년에서 14년으로 늘리는 데 앞장섰다.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1937년)을 항일전쟁 기점으로 삼아 1945년 일본 패망까지 ‘8년 전쟁’으로 공식화됐던 걸 2017년부터 류탸오후(柳條湖) 사건으로 촉발된 만주사변(1931년) 기점의 ‘14년 전쟁’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런 내용을 초·중·고교생의 교과서에 수록했고 역사서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