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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붙는 정유-화학 수직 계열화…"리스크 위한 인센티브를"

머니투데이 최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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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붙는 정유-화학 수직 계열화…"리스크 위한 인센티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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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여수공장/사진제공=LG화학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방안으로 정유사 중심의 NCC(납사분해시설) 수직 계열화가 지속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 입장에서 NCC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선제적인 인센티브가 절실하다는 평가다.

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GS칼텍스에 여수 NCC 공장을 매각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GS칼텍스가 JV(합작사)를 만들어 NCC를 통합 운영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연 270만~370만톤 규모의 NCC 감축을 주문한 것에 발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여수 NCC 통폐합'과 관련한 구체적 시나리오가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여수의 경우 가장 큰 에틸렌 생산능력(연 626만5000톤)을 갖추고 있어 NCC 구조조정의 핵심 지역으로 간주돼왔다. LG화학 관계자는 "다양한 NCC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GS칼텍스 관계자는 "정부와 타사 간 협력을 통해 건설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에 위치한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꾸준하게 논의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 NCC를 인수해 통합운영하는 방식이 주로 언급된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의 지분을 보유한 JV다.

이같은 방식의 NCC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정유사-화학사 간 수직 계열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범용 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가를 낮춰야 하고, 이를 위해선 원유를 다루는 정유사들이 NCC 운영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그동안 제기돼왔다. 중국의 저가 범용제품 과잉공급이 상수가 된 시장 상황에서 나온 솔루션이다.

특히 NCC 수직 계열화의 경우 각 사별 균등 감축 등의 방식과 대비해 빠른 속도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은 2~3년 정도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고용 충격이 불가피한 노후 설비 폐쇄 등의 방식에 비해서도 이점이 분명하다. 정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도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산단별 에틸렌 생산능력/그래픽=이지혜

산단별 에틸렌 생산능력/그래픽=이지혜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방안으로 △균등감축 △노후설비 중심 조정안 △중소 규모 설비 우선 정리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주요 기업들이 균등하게 NCC를 줄이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노후설비 축소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설비 통폐합, '정유-화학 수직 계열화'를 고려한 방향으로 감축 합의가 타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유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여부가 관건이다. 특히 LG화학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의 경우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셰브런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NCC를 떠안으면서 갖게 될 리스크를 셰브런이 감내할 것이냐는 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시장에 부족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NCC 통합 논의의 경우 자산 가치 산정 등을 둘러싼 이견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NCC 수직 계열화를 보다 유연하게 유도할 수 있는 '당근'이 필수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삼일PwC는 최근 '일본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NCC 통합 시도를 두고 공정거래 심사, 주식매수청구권, 세금 부담 등 제도 장벽이 높다고 진단했다. 세제 감면, 규제의 영구적 유연화, 현금성 인센티브를 포함한 '한국형 구조조정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먼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정부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골든타임 내에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게끔 만들 구체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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