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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문제인가요?"…'990원 소금빵'이 쏘아올린 가격 논쟁 [올댓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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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문제인가요?"…'990원 소금빵'이 쏘아올린 가격 논쟁 [올댓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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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ETF 베이커리 / 사진=연합뉴스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죄송하다."

유튜브 구독자 361만명을 보유한 '슈카월드'의 운영자 슈카가 최근 논란이 된 '990원 소금빵'과 관련해 사과했습니다.

슈카는 방송을 통해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죄송하다고 밝혔는데요.

지난달 30일 공간·브랜드 기획사 글로우서울과 함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ETF 베이커리'를 열었습니다. 소금빵을 비롯해 베이글 990원, 식빵은 1,990원, 치아바타 3,490원, 복숭아 케이크 1만8,900원 등 시중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빵을 선보였습니다. 소금빵 가격이 평균 3,000~4,000원 선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슈카 측은 "유제품과 달걀 등 고가 원자재를 최소화하고 산지 직송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빵 모양도 규격화 했다"며 "빵값이 마쳐 날뛰고 있어 가격이 낮은 빵을 만들어 본다면 시장을 흔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초저가 소금빵 출시' 전략은 제빵업계와 동네 빵집 등 자영업자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실질적 원가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존 빵집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지적했는데요.

논란이 확산되자 슈카는 팝업스토어 오픈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빵값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것인데 다른 방향으로 해석돼 안타깝다"며 기분 상하신 분들이 있다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 영상을 올렸습니다.



990원 소금빵 논란 기사 관련 댓글 / 사진=캡처


이에 네티즌들은 "빵을 어느 정도 만들어 본 사람 입장에서 도대체 뭘로 만들면 저 가격이 될까 궁금하다", "구독자 360만 명의 유튜버가 동네 빵집하고 붙는다는 게…", "임대료나 인건비, 세금은 넣었나? 이렇게 팔아도 남는다는 식으로 방송했다면 문제 아닌가?" 등 비판적 의견을 보였습니다.

반면,"물건을 싸게 파는 게 왜 문제인가""적게 남기고 많이 팔겠다는데 왜 욕하나", "싸게 판다고 사과할 일인가"와 같은 응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 138.61%…5년간 38% 넘게 올라



서울의 한 베이커리 카페 / 사진=한은정 디지털뉴스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61로 기준 연도 2020년 대비 38.61%나 상승했습니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오른 데 비해, 빵 물가 상승률은 6.5%에 달합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하루 빵 섭취량은 2012년 기준 18.2g에서 2023년 21.5g으로 증가해 '빵 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체감되는 상황입니다.

"단순 비교는 불가능, 인건비 유통구조 등 따져 봐야"



유튜브 '슈카월드' 해명 영상 / 사진=유튜브 슈카월드 채널 캡처


ETF 베이커리의 빵값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 제빵업계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발성으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의 개념으로 기존 베이커리 브랜드들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며 "들어가는 인건비와 유통 구조, 마진 등 세심히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제빵시장은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인건비와 임대료 같은 비원재료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국내 제빵 제조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식품 제조업 평균의 3배를 웃돕니다.

또한 원재료 가격과 유통 구조를 따지면 일반 빵집에서 '990원' 빵을 판매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재료비를 절감해 저가의 재료를 사용하면 빵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요 원료가 수입 과정에서 수입업체, 도매상, 소매 업체 등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마진이 붙어 동네 빵집은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하기조차 힘든 실정입니다.


'990원 소금빵'에 붐비는 ETF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 / 사진=연합뉴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빵값 상승의 원인으로 유통과정에서의 '시장경쟁 제한' 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설탕 시장은 원당 수입에 부과되는 관세는 3%지만 정제당에는 30%의 관세가 매겨집니다. 자연스레 해외 저가 정제당 수입이 선택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우유 가격은 생산비 연동제로 책정됩니다. 생산비 상승분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상승폭의 90~110% 범위에서 가격에 반영됩니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서 소수 대형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과점해 가격 경쟁의 유인이 적은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제빵업 유통구조 개선 방안 마련을 마련 중이지만, 구체적인 후속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하는 '메기' 역할 할 것"



서울의 한 베이커리 카페 / 사진=한은정 디지털뉴스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990원 소금빵' 논란이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시장 기능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빵이 반(半)주식이 됐고 먹거리 물가가 급격히 오른 만큼 소비자들이 빵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며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상품을 접하게하는 다이소처럼 (이번 사례도)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가격이라는 건 다양한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라며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이 자영업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 대신 시장경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며 "소비자가 다양한 가격대를 접할 자유가 확대되는 것은 건강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가 상승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을 찾는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은정 디지털뉴스 기자 han.eun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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