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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국민화가는 왜 숲속 통나무집에 그림을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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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국민화가는 왜 숲속 통나무집에 그림을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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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레이다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편집자주

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핀란드 라플란드 키틸라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본관.

핀란드 라플란드 키틸라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본관.


핀란드 라플란드 키틸라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본관 주 회랑

핀란드 라플란드 키틸라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본관 주 회랑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주민들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자부심이 또렷하다. 라플란드에서 나고 자란 국민 화가 레이다 새레스퇴니에미(Reidar Särestöniemi·1925~1981)는 라플란드의 정체성과 북부의 자연을 담아낸 작품으로 사랑받았다.

새레스퇴니에미는 민속 요괴의 얼굴 위에 자화상을 얹어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낸 작품 등을 다수 남겼다. 케미(Kemijoki)강과 백야의 숲 등 핀란드 대자연을 담은 작품도 많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 운동에도 적극 나서는 실천적 예술가였다.

새레스퇴니에미는 전 세계에서 전시회를 열며 핀란드 대표 작가로 활동했다. 자택 사우나에서 대통령과 독대할 정도로 생전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평생 고향인 라플란드를 떠나지 않았다. 사후 그의 유지에 따라 자택 일대는 1985년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2층 수영장 옆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2층 수영장 옆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부지 내 작가의 생가와 뒤로 보이는 숲.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 부지 내 작가의 생가와 뒤로 보이는 숲.


라플란드 키틸라에 있는 새레스퇴니에미 미술관은 ‘미술관은 정적인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는 곳이다. 통나무로 지어진 미술관은 생가, 전시장, 작업실, 실외 사우나 등 다수의 독립된 건물로 구성됐다. 전통 짜맞춤 방식으로 지어 건물 모서리마다 불규칙한 길이의 통나무가 들쭉날쭉하다. 내부 2층에는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다. 작품을 감상하며 수영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공간이다. 관람객이 수영을 할 수 있지 않지만 수영장에 물을 채워 수영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준다. 관람 동선이 숲길로 이어져 있어 라플란드의 자연을 체감할 수 있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있는 미술관은 키틸라 시내에서 차량으로 3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일부는 비포장도로다. 과거에는 오우나스강에 배를 띄우거나 강물이 언 겨울에 스키를 타고 가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작가의 생가는 전통 핀란드 북부 가옥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2차 대전 당시 국토 대부분이 황폐화됐을 때도 이곳은 오지라 전쟁의 화를 피했다.

키틸라=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