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사진| 포스터 |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두 주인공의 일대일 대화가 러닝타임 107분 내내 이어진다. 치열하게 주고받는 심리공방은 몰입감과 지루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배우 조여정, 정성일 주연의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사진| 스틸컷 |
영화는 “저는 연쇄살인범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영훈의 전화로 시작된다. 선주는 영훈의 요청대로 한 호텔 스위트룸을 찾아 그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영훈은 자신의 실체를 의심하는 선주에게 범행이 담긴 영상을 보여준다. 이어 영훈은 누군가의 목숨줄을 빌미로, 선주에게 인터뷰를 마음대로 멈춰도, 인터뷰가 끝나기 전 자리를 떠나서도 안 된다고 압박한다. 과연 선주는 그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고, 끝까지 인터뷰를 마칠 수 있을까.
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사진| 스틸컷 |
작품은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선주와 영훈이 주고받는 대화극으로만 2시간을 이끌어간다. 장면 사이사이 회상신이 끼어들지만, 두 사람의 일대일 대화가 분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덕분에 관객은 두 사람과 함께 밀폐된 공간에 있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영훈의 대사가 시작되며 관객들 역시 선주처럼 그의 사연에 빨려 들어간다. 영훈이 선주를 도발하기 시작하며 관객들도 그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여부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처럼 ‘살인자 리포트’의 가장 큰 관전포인트는 ‘몰입감’이다. 선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관객들은 영훈의 정체와 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집중하게 된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사진| 스틸컷 |
다만 촘촘하게 이어지는 심리전과 상당한 양의 대사는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고정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전개 탓에 자칫 지루해지기 쉽고, 한순간 집중력을 잃으면 다음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어렵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선주의 연인 상우(김태한 분)는 흐름을 끊는다. 전개에 중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치밀한 공방전을 끊고 들어오는 그의 존재는 환기가 아닌 ‘맥 커터’에 가깝다.
캐릭터 설정도 아쉽다. 선주의 직업을 ‘기자’로 맞추고 ‘인터뷰’라는 포맷을 앞세웠으나 영훈이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는 것 외에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선주의 캐릭터 역시 결국 모성애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한없이 평면적이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사진| 스틸컷 |
후반부 반전은 불쾌감에 가깝다. 모든 여성 캐릭터가 결국 성(性)범죄와 연결되는 부분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심리전은 치열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결정적인 사건도 얄팍하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아리송하다. 목적이 어떠하든 영훈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죽어 마땅한’ 이유를 부여하며 영훈을 마치 ‘다크 히어로’처럼 그려낸다.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자칫 위험한 발상이다. 당초 영훈의 행동을 반박하던 선주 역시 결국 그에게 동화되는 모습도 그렇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호연은 남았다. 조여정은 밀실에 갇힌 기자부터 딸을 둔 엄마의 절절한 모성애까지 다채롭게 오간다. 정성일은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읊는 영훈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린다. ‘살인자 리포트’로 첫 주연에 나선 김태한도 최선을 다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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