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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상장 명암…사다리인가 꼼수인가] ③ 혁신은 안하고 대주주 엑시트 통로로 전락

필드뉴스 강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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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상장 명암…사다리인가 꼼수인가] ③ 혁신은 안하고 대주주 엑시트 통로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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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특례상장 제도가 기로에 섰다. 제도 도입 이후 20년간 수백 곳의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제도 본연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이라는 장밋빛 약속이 수익성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은 물론 시장 전체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도 상장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저성과 기업의 퇴출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중이다.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특례상장 제도의 명암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필드뉴스 = 강현창 기자]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 중에서는 실적부진은 물론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에도 실패하고 표류 중인 곳들이 많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다 써버린 것은 물론, 상장사라는 장점을 활용해 기존 지배주주들은 일찌감치 엑시트를 한 것이다.

이런 상장사들의 경우 시장에서 '작전주'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한시적이지만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완화된 상태다보니 그만큼 투자 안전성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상장 당시 지배주주가 떠나고 남은 주주들은 실적 개선을 바라고 있지만 이에 성공하는 기업을 찾기는 힘들었다.

◇제넥신·툴젠·네오이뮨텍, 한독 품에 묶였지만 성과는 '실종'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제넥신과 툴젠, 네오이뮨텍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으며, 여전히 흑자전환에는 실패하고 있다. 모두 회사의 지배주주 교체를 겪었으며, 세 회사의 최상단에는 코스피 상장사인 '한독'이 자리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 2012년 제3자 유상증자 163억원과 전환사채(CB) 167억원 인수 등 총 330억원을 들여 제넥신 지분 30%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제넥신을 활용해 툴젠과 네오니뮨텍 등의 지분도 인수하며 제약 바이오 그룹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피인수된 3곳은 모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적은 적자 행진이다. '특례상장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증시에서 버텨오고는 있지만, 네오이뮨텍이 최근 반기보고서에서 "계속기업 가정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까지 받으면서 위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결국 특례상장 기업 3곳의 초기 지배주주들은 약을 팔기 보다는 경영권을 팔아 엑시트를 한 셈이다.

◇기술특례 1호 헬릭스미스, 끝없는 적자와 경영권 분쟁의 늪

'기술성 특례상장 1호'인 헬릭스미스는 2005년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벤처 1세대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투자자를 잇따라 받아들이며 최대주주가 연달아 교체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2022년 말 카나리아바이오엠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가, 1년 만에 다시 바이오솔루션이 자금을 투입하며 경영권이 교체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김선영 전 대표의 지분율은 10% 아래로 떨어져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했고, 주가 폭락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는 등 내홍도 겪었다.

결국 헬릭스미스는 최근에는 서울 마곡의 사옥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신약 개발 성과보다 경영권 매각과 교체로 더 회자되며 기술특례 1호 기업의 명성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SKAI, 적자와 리파이낸싱 속 최대주주 엑시트

지난 2021년에 기술성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SKAI(옛 비트나인)도 상장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상장 당시 최대주주는 경영권을 넘기면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챙겼다.

SKAI는 상장 당시 1만1000원의 공모가로 시장에 진입했다. 회사는 그래프데이터베이스 기술 연구 및 제품 개발을 주목적으로 하는 곳으로 지난 2021년부터는 AI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테마주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곳이었다. 상장 당시 연간 영업이익 145억원의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상장 이후 연속 적자 기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자금난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돌려막는 리파이낸싱도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강철순 전 대표가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미래플러스와 디케이홀딩스 등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해당 지분 거래 규모는 94억원 수준이었다. 주당 2851원 수준으로 회사의 자금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는 공모가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배지분을 매각해 회사 가치를 크게 떨어트린 것이다.

현재 SKAI의 주가는 2000원대로 주저앉아있다.

◇성장성특례 1호 셀리버리, 상장폐지로 막 내린 실패의 결말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인 셀리버리의 상황은 더 비참하다. 일단 이 회사는 현재 상장폐지됐다. 지난 2018년 상장 직후 파킨슨병 치료제 등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고, 2021년에는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임상 지연과 연구개발 난항으로 매출 '0' 행진이 이어졌고, 잦은 적자 누적으로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2021년에는 주가 상승을 틈타 700억원가량을 조달해 화장품 업체를 인수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마저 실패하면서 자금만 낭비했다.

결국 성과 없이 현금만 탕진한 셀리버리는 거래소 관리종목 지정과 함께 주가가 끝없이 추락했고, 창업자인 조대웅 대표는 허위 공시와 미공개정보 이용을 통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셀리버리는 올해 6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되며 성장성특례 1호의 실패한 결말을 맞았다. 정리매매 기간 주가는 10만원대에서 불과 10원대로 주저앉았고, 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조 대표는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았지만, 초기에 제시했던 성장보다는 테마 편승에 집중하다가 결국 투자자와 공멸하는 길을 걷는 중이다.

◇특례상장, 혁신 자금조달 대신 투자자 피해 키우기도

증권가에서는 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잇따른 경영권 매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성을 고려한 '특례'를 이용해 '상장'의 수혜만 입고 실제 실적개선은 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기업에 도움을 주는 곳이면서도,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곳이기도 해야 한다는 게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고민거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제도는 본래 혁신 기업에 자금 조달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성과 없이 투자금만 소진하고 초기 지배주주들의 엑시트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특례상장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시장 신뢰도마저 떨어져 결국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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