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형 PD "촬영·캐스팅에 몰입 최우선 고려"
단단한 팬덤도 한몫... 탈출 난이도는 아쉬워
'크라임씬 제로' 등 추리 예능 속편 출격 대기
"처음엔 '탈출핑' 가명을 쓸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기사로 이름이 나가면서 실패했지만요."
지난달 20일 종영한 티빙의 추리 예능 '대탈출: 더 스토리'를 연출한 베테랑 이우형 PD가 그간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2018년 정종연 PD가 시작한 국내 추리 예능 대표작 '대탈출' 시리즈는 방탈출을 테마로 한 참신한 형식으로 네 시즌에 걸쳐 두꺼운 팬덤을 구축했다. 정 PD의 뒤를 이어 4년 만에 선보인 '대탈출: 더 스토리'는 종영까지 5주간 역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중 유료 가입자 수 기여 1위를 지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PD가 가장 신경 쓴 건 출연자의 몰입이었다. 문제를 푸는 출연자가 시공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어색해하면 보는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어서다. 인력으로 타임머신을 끌어 탈출러를 낯선 곳에 뚝 떨어뜨리고, 산속에 긴 땅굴을 파 왕릉 세트와 연결하는 등 현실감을 살리려 애썼다. 이 PD는 “무엇보다 카메라가 전혀 보이지 않아야 했다”며 “촬영 중 3, 4시간씩 갇혀 있어야 해 제작진들이 물도 함부로 마실 수 없었다”고 했다. 기존 멤버(강호동·김동현·유병재)와 호흡을 맞출 신입 3인(백현·고경표·여진구)을 뽑을 때도 이 같은 설정에 푹 빠질 수 있는지부터 살폈다.
단단한 팬덤도 한몫... 탈출 난이도는 아쉬워
'크라임씬 제로' 등 추리 예능 속편 출격 대기
티빙 오리지널 추리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 더 스토리'에서 출연자들이 타임머신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티빙 제공 |
"처음엔 '탈출핑' 가명을 쓸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기사로 이름이 나가면서 실패했지만요."
지난달 20일 종영한 티빙의 추리 예능 '대탈출: 더 스토리'를 연출한 베테랑 이우형 PD가 그간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2018년 정종연 PD가 시작한 국내 추리 예능 대표작 '대탈출' 시리즈는 방탈출을 테마로 한 참신한 형식으로 네 시즌에 걸쳐 두꺼운 팬덤을 구축했다. 정 PD의 뒤를 이어 4년 만에 선보인 '대탈출: 더 스토리'는 종영까지 5주간 역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중 유료 가입자 수 기여 1위를 지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출연자 몰입 위해 카메라 다 숨겼다"
이 PD가 가장 신경 쓴 건 출연자의 몰입이었다. 문제를 푸는 출연자가 시공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어색해하면 보는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어서다. 인력으로 타임머신을 끌어 탈출러를 낯선 곳에 뚝 떨어뜨리고, 산속에 긴 땅굴을 파 왕릉 세트와 연결하는 등 현실감을 살리려 애썼다. 이 PD는 “무엇보다 카메라가 전혀 보이지 않아야 했다”며 “촬영 중 3, 4시간씩 갇혀 있어야 해 제작진들이 물도 함부로 마실 수 없었다”고 했다. 기존 멤버(강호동·김동현·유병재)와 호흡을 맞출 신입 3인(백현·고경표·여진구)을 뽑을 때도 이 같은 설정에 푹 빠질 수 있는지부터 살폈다.
대탈출 본편 공개 전 방송인 궤도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게스트와 함께 시청하며 소통하는 '같이볼래?'의 섬네일. 티빙 제공 |
콘텐츠 유통을 맡은 티빙은 시청자 몰입을 거들었다. 매주 수요일 본편이 공개되기 두 시간 전 방송인 궤도와 게스트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 ‘같이볼래?’로 시청자들이 모여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관람에 커뮤니티 기능을 더한 경험형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대탈출'에 ‘같이볼래?’를 적용한 결과, 2주 차 인당 평균 시청 시간이 첫 주 대비 두 배 증가했다고 티빙은 설명했다.
팬덤 든든한 지원도... "난이도는 아쉬워"
탄탄한 고정 팬덤도 속편 성공에 힘이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1박 2일의 복불복처럼 단순한 게임에 강력한 벌칙으로 재미를 더하는 기존 예능과 달리 추리 예능은 어려운 두뇌 게임을 앞세워 마니아층을 저격하는 장르”라며 “그런 측면에서 '대탈출'도 팬덤이 확실한 시리즈 중 하나”라고 짚었다.
티빙 오리지널 추리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 더 스토리'의 한 장면. 티빙 제공 |
다만 골수팬 사이에선 전보다 탈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1~10화가 하나의 서사로 엮여 있어 중간에 실패하면 이야기가 끊기는 구조라 제작진이 길을 쉽게 터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PD는 “탈출 실패를 없게 하려던 건 아니고, 멤버 교체와 새로운 시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평이하게 설정된 것 같다”며 “게임 난이도는 저 역시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굵직한 추리 예능 프로그램의 속편 귀환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당장 이달 23일 ‘크라임씬 제로’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정 PD의 ‘미스터리 수사단’도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이 PD도 다음 시즌 여운을 남겼다. “많은 분이 원하신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백현씨가 ‘좀 더 어려워도 괜찮겠다’고 하던데 그 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웃음)”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