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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자율주행택시에 14조원 베팅…"구경만 하단 낙오된다"

이데일리 장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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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자율주행택시에 14조원 베팅…"구경만 하단 낙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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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자율주행시대 맞아 택시서비스 구조개혁 필요"
"자율주행택시 시장, 향후 10년간 평균 51.4% 전망"
미·중 우위 점하려 경쟁 치열…韓, 테스트도 못해
전·후방산업 효과 막대한데 이대로면 '추종자' 그쳐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에서 이번엔 택시산업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술 발전과 사용자 편의 측면에서 자율주행 택시 도입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하면서, 지켜만 보다간 자율주행의 두 축인 인공지능(AI) 기술과 자동차 산업에서 자칫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았다. AI에 적극 투자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사진= AFP)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사진= AFP)




“자율주행택시 시장 10년 후 260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

한은이 2일 발표한 ‘자율주행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택시 시장은 향후 10년 간 연평균 51.4%씩 성장해 2024년 약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2034년 1900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높은 성장성과 막대한 전·후방 효과에 일찍이 주목한 미국과 중국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미·중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각각 14조원 이상의 자금을 자율주행 택시 개발에 쏟아부었으며, 1억㎞ 이상의 실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AI를 훈련시키고 있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미국과 중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인간이 한 프로그래밍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룰 베이스(rule-based)’을 방식을 넘어 AI가 스스로 학습하며 판단해 운전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상황이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AI가 스스로 판단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미국 웨이모의 주행 데이터를 이용한 논문을 보면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보다 상해사고는 85%, 에어백 전개사고는 79%, 교차로 사고는 96%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연구진은 사용자 경험이 늘면서 자율주행 택시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택시를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실시간 교통 데이터와 AI 기반 경로 최적화를 통해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으며 △탄력적인 공급으로 택시 잡기가 수월해지는 등 더 소비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자율주행, 피할 수 없어…이대로면 ‘추종자’밖에 안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AI가 학습할 데이터와 사용 경험을 통한 개선안 마련 등의 과정이 필수적인데, 국내에서는 서비스 도입을 위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이 택시 산업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지점이다.

우리나라의 택시 서비스는 아직 전통적 개념의 택시 위주로 시장이 유지되면서 자율주행 택시는 아직 본격적인 테스트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책의 초점이 전통 택시 산업을 보호하는 데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각국 주요 도시의 승차공유 비중이 90%에 가까운 반면, 한국은 전통 택시(플랫폼 포함) 비중이 94%에 달하는 현실은 이같은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노진영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은 “이대로라면 국가 기술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결국 우리나라는 외국의 소프트웨어에 자동차를 맞춤 제작하는 추종자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강국임에도 자율주행차 기술에서는 2022년 기준으로 미국 대비 89.4%에 그쳤다. 중국은 95.4%로 미국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상위 20위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곳에 그쳤지만 미국과 중국은 각각 14개, 4개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한은측은 “△국가 경쟁력 제고 필요성 △택시 종사자의 고령화 △소비자의 수요 등으로 결국에는 자율주행 택시를 수용해야만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율주행 택시가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적절한 보상안을 통해 개인 택시 비중을 줄여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적정한 가격에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소각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고 이익 공유제 등을 통한 보상을 함께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