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GTS 하이브리드. 포르쉐코리아 |
환경 규제와 전동화 전환 시대에 대중 브랜드뿐만 아니라 고성능·럭셔리 브랜드 모두 연비를 위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하고 장기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똑 닮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같은 시대 흐름을 '삐딱하게' 따라가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포르쉐다. 포르쉐의 삐딱함은 "전동화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니 따라는 가겠지만 우리는 연비보다 고성능을 위한 재료로 활용하겠다"는 원칙에 닿는다. 건강을 위해 양파·파 등 채소를 음식에 더 써야 한다고 했더니 여기서 매운맛을 끌어내 혀가 얼얼한 마라탕을 만드는 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이칸이었다. 상당수 사람들은 포르쉐가 전기차 전용 모델을 만들다니 이젠 포르쉐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결과물은 예상 밖이었다. 전기차에 2단 변속 기능을 넣는다는 그 어떤 브랜드도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을 했다. 후반 가속이 부족한 전기차의 단점을 훌륭하게 극복해낸 사례다. 환경을 위해 연비를 생각해달라고 했더니 100여 년을 이어온 4행정 엔진 대신 6행정 엔진 특허를 냈다. 배출가스는 줄이되 성능은 높이는 솔루션이다.
그런 포르쉐가 이번에도 '삐딱한' 솔루션을 내놨다. 헤리티지 모델인 911을 전동화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포르쉐가 이번 모델부터는 'T하이브리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름은 하이브리드지만 연비를 앞세운 기존의 'E하이브리드'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T하이브리드는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를 의미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E하이브리드와 달리 소형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집어넣어 성능을 강화했는데 전기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하이브리드를 장착하고도 911의 상징과 같은 6기통 수평대향 '박서' 엔진은 그대로 유지했다. 전기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하고도 무게는 전작 대비 50㎏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에서 이 같은 T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911 GTS 차량을 시승했다. 이 차량은 엔진 최고 출력 485마력에 하이브리드 어시스트가 더해져 541마력을 낸다. 엔진 형상은 전작과 같지만 기존 3.0ℓ에서 3.6ℓ로 배기량을 늘렸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10여 차례 운행하면서 느껴지는 감각은 짜릿함과 안정감이었다. 우선 엔진 출력과 관련해서는 전기 시스템의 도움 덕분인지 초반 가속력이 전작 대비 더 강하게 느껴졌다. T하이브리드와 유사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들은 출발 시 전기모터가 개입한다고 느껴지는 것과 달리 911은 엔진과 모터가 초반부터 서로 협업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코너에서 성능이 돋보였다. 인제 스피디움은 고저차가 심한 환경으로, 코너를 탈출하면서 오르막이 이어지는 코스가 여러 구간에 걸쳐 존재한다. 완전히 속도를 줄이는 코너에서도 재가속 시 오르막을 평지처럼 달려나가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네 바퀴가 코너를 꽉 잡고 돌아나가는 기분도 압권이다. 슬립에 대한 걱정이 점점 줄어들면서 서킷을 10바퀴가량 도는 동안 점점 코너 진입 속도가 높아졌다. 차량이 "자신감을 가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싶다. 코너 진입 시 브레이크를 밟는 타이밍을 점점 늦춰가는 재미는 극한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포르쉐코리아는 이번 911을 시작으로 향후 터보 모델 등 911 라인업의 부분변경 차량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차량 가격은 2억4000만원에서 시작한다.
[박제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