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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 무시하고 HPV 무료 접종 추진…"백신 포퓰리즘" 비판도

머니투데이 박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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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 무시하고 HPV 무료 접종 추진…"백신 포퓰리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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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3월 14일 도쿄서 재무장관회의 개최 합의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할 백신 우선순위 평가 결과/그래픽=김지영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할 백신 우선순위 평가 결과/그래픽=김지영



질병관리청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 접종을 여성 청소년에서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하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도 현재 13세 이하에서 18세 이하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의료계의 평가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연간 수 천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 근거 없이 진행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전문가 의견은 무시한 채 백신 도입을 진행한다며 포퓰리즘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백신 정책을 보고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소아·청소년 건강 향상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무료 접종을 공언한 백신들이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내년 하반기 시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백신은 의료계가 교차 검증한 15개 도입 우선 백신 항목 중에는 정작 '뒷순위'에 해당한다. 질병청은 2023년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HPV 등 7개 감염병을 대상으로 백신 도입 우선순위를 검토했다. 연구팀은 대한내과학회(감염학회),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등 6개 학회와 5개 제조·수입사의 의견을 취합해 후보 백신을 선정하고 △질병의 역학적 특성 및 질병 부담 △백신의 안전성 및 유효성 △자원배분의 합리성 및 효율성 △대상자의 접종 수용성을 세부 항목으로 설정해 순위를 매겼다. 경제성과 평가와 효과 검증, 국민적 요구까지 두루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최종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위원단의 평가를 추가했다. 참석 위원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일한 백신을 고를 경우 해당 순위를 고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장 많이 선택된 2가지 백신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해 다수 득표한 백신을 해당 순위에 올렸다.

울산 남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울산 남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그렇게 선정된 도입 우선 백신 1순위는 성인 만성질환자 대상의 인플루엔자 4가 백신이었다. 2순위는 고령층 폐렴구균 13가 백신, 3순위는 여성 청소년 HPV 9가 백신(현재는 2가·4가), 3순위는 대상포진 생백신, 5순위는 인플루엔자 고면역원성 4가 백신이다.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청소년 대상 인플루엔자(4가), 남성 청소년 HPV 백신(4가)은 총 15개 백신 중 각각 9위와 14위였다.

이를 두고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2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로 질병 부담·비용 효과성·공중보건 영향·백신 수급 등 '근거'를 마련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했는데 불과 1~2년 만에 (결론이) 달라질 리 없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포퓰리즘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백신 도입 우선순위 평가는 2021년 처음 시작됐다. A형 간염,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백신 등 8개 항목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중 1순위를 기록한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2년 후 NIP에 도입됐다. 당시에도 이번 평가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19~64세 만성질환자 대상 인플루엔자 4가 백신은 2순위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로 백신 대상자 역시 나이가 어릴수록 적다. 청소년과 노인 인구가 몇 배 차이 난다"며 "접종 비용은 적게 들면서 소위 '티 나는 백신'을 고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효과의 신속성, 정부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백신을 결정한다"며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고 수요도 다양해지는 만큼 도입 우선순위는 유동적으로 변한다. 주기적인 평가를 진행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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