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회담 약속 어기고 우크라 공습 강화
SCO 참석하며 ‘서방 개입론’ 반복
“러시아, 평화에 관심 없어”
SCO 참석하며 ‘서방 개입론’ 반복
“러시아, 평화에 관심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2주 안에 만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한을 넘긴 뒤에도 평화 회담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뒤 “푸틴 대통령이 회의 도중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2주 내 양자 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은 푸틴 대통령이 회담 개최 의사를 밝힌 지 정확히 2주가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회담 데드라인을 앞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이 숨졌다. 피격 건물 중에는 키이우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와 영국 문화원도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가 서방의 평화 회담 요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WSJ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회담한 뒤 이어진 통화에서 평화 회담 의지를 밝힌 것은 순전히 ‘트럼프 달래기’용 제스처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러 정상회담 전후 러시아의 공습 패턴에서도 ‘보여주기식 외교’ 정황이 확인된다. 러시아는 7월 하루 평균 223회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으나, 회담 직전인 지난달 1~15일에는 평균 76회로 줄이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회담 직후에는 하루 평균 141회로 두 배 가까이 늘리며 다시 공격 강도를 높였다.
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의 행보 역시 전쟁을 협상으로 끝낼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는 귀국 직후 정부 관계자들에게 “갈등의 기원과 원인에 대해 논의했다”며 “어떤 합의라도 이러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 회담 약속 기한 당일에도 푸틴 대통령은 중국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과 인도 지도자들과 만났다. 그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은 서방의 개입”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회담 약속을 거부했다며, 협상 지연은 서방이 러시아의 의도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주모스크바 국방무관을 지낸 존 포먼은 “회담 지연은 러시아가 원하던 시나리오이며, 푸틴은 미국을 비웃고 있다”며 “러시아는 평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