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배추 주산지 가뭄으로 작황 부진
1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 6669원
1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 6669원
극심한 가뭄을 겪는 지난달 2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 배추가 수확되지 못한 채 폐기를 앞두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김용훈 기자] 강원도 강릉시 일대가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고랭지 배추 재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작황 부진에 가격은 한 달 새 30%가량 뛰었다. 본격적인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일 기준 여름 고랭지 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 가격은 6669원으로 집계됐다. 전월(6390원) 대비 4.4% 오른 값이다. 여름 고랭지 배추 가격이 집계가 시작된 7월 하순께(5201원)와 비교하면 28.2% 올랐다.
7월부터 출하되는 여름 배추는 해발 400m 이상의 고랭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하지만 고온건조 현상이 계속돼 제대로 생장하지 못했다. 배추는 폭우·폭염 등에 매우 취약해 생산량이 크게 좌우된다. 고랭지에서 재배된 배추들은 잎끝마름, 꿀통 현상이 발생해 상품성이 저하됐다.
특히 계속된 가뭄으로 강릉 지역의 고랭지 일대 작황 상태는 심각하다. 강릉 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전날 오후 14.4%까지 뚝 떨어지며 맨바닥을 드러냈다. 역대 최저치다. 폭우가 내린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배추가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수확하게 되면 자칫 썩어버릴 수 있어서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배추 주산지인 강릉 및 대관령 동쪽 부근 안반데기가 배추 현재 가뭄으로 심각한 상태”라며 “고온과 가뭄 지속으로 꿀통 현상(배추 속잎이 썩는 현상)이 발생해 수확량이 급감한 상태로, 지난해보다 시세가 빨리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이 배추를 살피는 모습 [연합] |
문제는 올해 가뭄을 넘긴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강원 고랭지 재배지가 줄며 배추 수급 불안은 매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여름 배추는 강원 고랭지 의존도가 높았지만, 폭염과 이상기후로 재배 면적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다른 대형마트 바이어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로 물량 또한 감소세”라며 “잎채소이기 때문에 폭염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무 역시 고온 건조한 날씨에 단단하게 자라지 못해 수확이 지연되는 밭 자리가 많았다. 배추가 고시세를 유지 중인 만큼, 깍두기로 김치 수요가 전환된다면 무의 시세가 더 오를 수 있다. 아직 무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개당 2271원으로 전년이나 평년에 비해 30%가량 싼 상황이다.
최대 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1.7% 상승했다. 이는 전월(2.1%)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지난 5월(1.9%) 이후 다시 1%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폭염과 폭우 등의 여파로 농축수산물은 4.8% 상승하며 1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배추(51.6%), 파프리카(52.1%), 시금치(50.7%) 등 채소류가 전월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뛰었다.
다만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늦은 만큼, 물량 확보에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성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관측실 연구원은 “올해는 추석이 10월이라 재배 시기에 맞춰 60일을 다 키워 출하할 수 있다”라며 “날씨에 따라 공급 상태가 다소 위축될 수 있지만,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