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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슈퍼 매치① KAIST vs 서울대 스타트업, 우위를 가리기 힘든 ‘피칭 대결’ 현장을 소개합니다.

테크42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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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슈퍼 매치① KAIST vs 서울대 스타트업, 우위를 가리기 힘든 ‘피칭 대결’ 현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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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인재들이 모인 카이스트와 서울대 출신 스타트업, 대결 피칭으로 관심 집중
남다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비즈니스 모델들… 혁신으로 사회 문제 풀어가는 열정 돋보여
최경희 소풍커넥트 대표, 노태준 프라이머 파트너 심판 역할… 평가 엇갈리며 팽팽한 현장 분위기
ⓒTech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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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KAIST vs. 서울대학교 스타트업 슈퍼 매치’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이 모여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투자자와 대중 앞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번 무대는 SK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와 KAIST 임팩트MBA, 서울대학교 창업지원단 스파크랩이 함께 마련했다. 양 대학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이 대항전 형식으로 맞붙는 자리였던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참가 기업은 총 8팀. KAIST 임팩트MBA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도미노이펙트, 아이스케일, 그레이트퍼즐, 피에로컴퍼니와 서울대학교의 ‘SNU 빅 스케일업’ 프로그램 기업인 페리오니어, 플랜트팻, 에이피그린, 인베랩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교육, 의료, 환경, 바이오, 에너지, ESG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청중들은 발표자들이 던지는 문제의식과 솔루션에 깊이 몰입했다. 외국인 인재 양성 맞춤형 교육, 혁신적인 구강 질환 표적 신약 개발, 느린 학습 아동 교육 문제, 대체식품의 한계 극복 등, 당장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주제들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학습 방향성을 몰라 시험에 떨어지고 체류 자격까지 잃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치과가 없는 저소득 국가에서 치료제 없이 방치되는 치주염 환자”와 같은 현실적인 장면들이 생생히 묘사됐다.

행사는 각 팀이 피칭을 마친 뒤 심사위원과 빼곡하게 자리를 채운 청중의 평가를 통해 수상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치 스포츠 경기장을 방불케 할 만큼 열정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현장의 분위기와 함께 각 팀간 피칭 대결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슈퍼매치1 –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 솔루션과 치주염 신약, 사회문제에 맞서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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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번째 라운드는 ‘맞춤형 교육’과 ‘치과 질환 진단 및 신약 개발’이라는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는 두 스타트업의 맞대결이었다. 무대에는 도미노이펙트의 김아현 대표와 페리오니어의 김진만 대표가 섰다.


먼저 무대에 나선 김아현 도미노이펙트 대표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는 2042년이면 최대 155만명의 돌봄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한 번쯤 부모님이 연로하시면 요양원에 모셔야 하는지를 고민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요양 시절 조차 사람이 부족해 부모님을 모실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상황 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도 외국인 인재를 요양 보호서로 육성하고자 하는데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일하길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4대보험 보장과 비자 발급은 꽤나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비자 발급을 받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 과정 이수가 한국어 교재와 강의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번역에만 하루 4시간을 소비하고, 학습 방향을 몰라 82% 이상이 암기만 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외국인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획득한다고 해도 구조적인 문제가 또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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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가 됐다고 해도 외국인들의 이직이나 퇴사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팀을 정말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외국인들은 네트워크가 적고 채용 플랫폼에는 외국인 고용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일일이 전화를 걸며 문의를 해야 합니다. 이는 결국 부적응과 잦은 이탈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도미노이펙트가 제시한 해법은 ‘하모(HAMO)’라는 플랫폼이었다. ‘하모’는 모국어 기반 학습 콘텐츠와 데이터 분석으로 학습자의 취약점을 파악해 맞춤형 플랜을 제공한다. 단순히 자격증 취득에 그치지 않고, 검증된 채용 정보와 역량 어필 기회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청주시 외국인 주민지원센터와의 협업에서 모의고사 정답률이 평균 24% 향상되는 성과를 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도미노이펙트는 올해 외국인 대상 교육기관과 제휴를 늘리며 내년 1000개 이상의 취업처 확보, 오는 2027년에는 돌봄 전 직군으로 확장해 연매출 3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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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도미노이펙트의 상대로 페리오니어의 김진만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페리오니어는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이 앓고 있는 구강 질환,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급진성 치주염 문제를 제기했다.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은 치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희 페리오니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나 구강 질환 표적 신약 개발을 제안합니다.”

급진성 치주염을 타깃으로 한 신약 치료제 개발은 사실 존재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이제까지 치과에서 접하는 약물은 치료제라기 보다 보조제에 해당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의료, 그 중에서도 치의학이라는 전문 분야에 대해 이와 같은 공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김 대표 스스로 대학병원 전문의 출신이기 때문이다. 2024년 그가 또 한 명의 전문의 동기와 의기투합해 설립한 페리오니어는 이어진 연구개발 끝에 지난 3월 임상시험 승인을 득하고 올해 하반기 환자 모집을 앞두고 있다. 우선 과제는 급진성 치주염 환자 대상 약물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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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오니어는 급진성 치주염 환자의 세포에서 자가면역 항체 IgM이 조직을 파괴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IgM 기반의 진단 키트와 미성숙 비스포 표적 면역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발표에서는 진단 키트를 통한 항체 검출 성공 사례, 기존 약물의 재창출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전략도 소개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페리오니어의 6주간의 임상시험은 특히 B세포 표적 치료제 ‘Rituximab(RTX)’와 경구용 면역억제제인 ‘Methotrexate(MTX)’dml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자사의 진단 치료 이론화 기술의 핵심을 “기존의 모든 환자 그룹이 동일하게 치료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한 진단 키트를 통해 특이적 환자군을 도출하고 그들에 대한 면역 치료제라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과 병원을 비롯해 검진센터까지 확장해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슈퍼매치2 – 느린 학습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과 대체식품의 미래 기술이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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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느린 학습 유아동을 위한 학습 솔루션’과 ‘식물성 대체 지방 소재 및 식품 개발’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두 팀이 맞붙었다. 아이스케일의 박상일 대표와 플랜트팻의 박신제 대표다.

먼저 무대에 나선 박상일 아이스케일 대표는 “느린 학습 유아동을 키우는 엄마는 오늘은 뭘 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늘 혼란스럽다”며 “전문 교육 기관을 찾아 희망을 갖지만 월 150만원이 넘는 비용과 매번 아이와 동행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충분한 반복 훈련이 쉽지 않다”며 문제 상황을 설명했다.

“느린 학습 유아동의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반복 훈련이 필수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부모들은 집에서 도형 찾기, 선긋기와 같은 쉬운 교육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아이의 학습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죠. 시중의 교재를 활용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추추워크북’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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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케일이 느린 학습 유아동을 위해 제시한 해법 ‘추추워크북’은 AI 기술과 10단계 세분와된 워크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러닝 솔루션이다. 워크북 풀이 영상을 AI가 분석해 아이 수준을 진단하고, 다음 학습 단계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박 대표는 전문 교육기관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도 체계적이고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추추어워크북은 60단계로 세분화된 내용을 통해 아동 개별 맞춤형 훈련이 가능합니다. 그 결과 부담스러운 전문 교육 기관 이용 비용과 매일 방문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의 불편함을 없애고 집에서 월 30만원의 비용으로 느린 학습 유아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죠.”

아이스케일은 지난해 7월부터 쿠팡·네이버 등에서 추추워크북 초기 버전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담을 진행, 8개월 만에 5배 성장과 고객 평점 4.9점을 기록했다. 향후 아이스케일은 기술 개선을 통해 보다 고도화된 AI 분석 시스템과 더욱 다양해진 워크북을 결합, 월정액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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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표에 나선 플랫트팻은 서울대 바이오시스템공학과 석박사 출신으로 다년간 식품 기업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날 박신제 플랜트팻 대표는 소고기 1kg 생산에 드는 막대한 환경적 부담을 언급하며, 대체식품이 등장하게된 필연적 배경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체육·대체 치즈 등 대부분의 대체식품이 제품군에 상관없이 코코넛유에 의존해 조리 중 용출이 많이 되고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은 고기부터 크림, 치즈까지 많은 음식들이 대체식품으로 제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체식품이 대두된 것은 환경적인 이슈 때문이었죠. 그래서 대체 식품 등장 초기에는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단점과 호불호로 선호되지 않고 있죠. 바로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원료인 지방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의 말처럼 지방은 모든 식품에서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원료다. 하지만 대체식품 회사들은 대부분 담백질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대체지방 제조 기술을 코코넛유로 보완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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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플랜트팻은 이멀전젤 제조 기술로 지방을 구조화함으로써 지방의 풍미와 질감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 방법은 섞이지 않은 지방과 물에 단백질을 첨가해 기름방울을 분산시키고 점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플랜트팻은 식물성 대체비계와 대체 크림치즈를 기름 함량과 강도 면에서 자연 식품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구현해 냈다.

“대체 비계는 일반 비계와 성질이 유사하고, 조리 시 기름 용출량을 60%까지 줄였습니다. 코코넛유 기반의 제품은 가열하자 마자 쉽게 녹아버리지만 저희 대체비계는 마치 삼겹살 비계와 같이 조리 후에도 형태가 남아 지속적으로 맛을 냅니다. 이를 통해 동물성 지방의 구조와 유사도가 극대화된 차별성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올리브유를 기반으로 한 100% 식물성 크림치즈를 개발해 기존 코코넛 오일이나 견과류 기반 제품을 뛰어넘는 품질을 구현했죠.”

현재 플랜트팻은 서울대학교, 지구인컴퍼니와 국가 R&D 과제를 통한 PoC(기술증명)을 진행중이다. 특히 크림치즈의 경우 B2C시장과 B2B 시장을 대상으로 건강함과 ESG, 비건을 마케팅 포인트로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플랜트팻이 타깃으로 하는 시장 규모는 대체 지방 800억원, 대체 크림치즈가 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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