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김정은 우 푸틴' 연출 시진핑…'북·중·러 거리두기'는 견지할까

중·러·인도 결속 '반(反) 서방' SCO 끝나자…북·중·러로 '바통'

전문가 "시진핑, 손님 대우하겠지만…북·중·러 고착화는 꺼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스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러 정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9·3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가운데 중국의 '북·중·러 거리두기' 입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했다. 김 총비서는 2일 오전 중으로 베이징에 도착한다. 그는 3일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을 관람할 예정이다.

조선중앙통신도 2일, 김 총비서가 전날 전용열차로 출발했다며, 이번 방문에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한 당 및 정부의 지도간부들이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을 출발 직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김 총비서에게 쏠리고 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1959년 김일성 주석 이후 이번이 66년 만이다.

특히 이번엔 북·중·러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설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시 주석 왼쪽엔 김 총비서가, 오른쪽엔 푸틴 대통령이 자리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09.01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중·러·인도' 결속 장면 SCO…'반(反)서방' 전선 북·중·러도?

푸틴 대통령은 일찌감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을 방문한 상황이다. SCO는 중러와 인도, 이란, 벨라루스 등 총 10개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다자안보·정치·경제 협의체로 사실상 '반(反)서방 전선' 결속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50% '폭탄 관세'를 부과한 뒤, 열린 것이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에 중러 정상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지난달 31일엔 시 주석과, 1일엔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모디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대화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사실상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중·러·인도 3국의 결속 모습은 3일 전승절에서 북·중·러로 바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CO 직후, 북·중·러 정상이 함께 서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 자체로도 반서방 결속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6년만에 중국 방문에 나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일쯤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북·중·러 정상 보도 자체, 상당한 정치적 신호…中, 3자 고착화는 꺼릴 것"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 주석의 손님 중 '넘버 1'은 푸틴, '넘버 2'는 김정은인 셈이다. 걸맞은 대우를 할 것"이라며 "북·중·러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 함께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보도되는 것 자체가 (미국 등에 발신하는) 상당한 정치적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북러 정상들과 회담을 갖더라도, 양자 차원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분위기다.

그간 중국은 북·중·러 3자로 묶이는 걸 극도로 꺼려왔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일명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북·중·러 협력 개시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예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기존 중러연합 군사훈련에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계속해서 북·중·러 구도로 묶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은 '거리두기' 입장을 유지해 왔다.

양 수석연구위원은 "여전히 중국은 북·중·러 구도로 고착화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라며 "결과 보도자료에서도 북·중·러를 부각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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