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관련 규제 강화 법률안 주요내용/그래픽=이지혜 |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엄벌 기조를 내세운 가운데 최근 한 달간 국회에서 발의된 건설업 규제 강화 법안만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중복적 규제와 처벌 강화 대신 근원적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고용부 예산 37조6157억원을 편성하고 이 중 1조5000억원을 산재 예방에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안전 전문가와 건설업 퇴직자에게 영세사업장 순찰·점검을 맡기고 지자체가 직접 지역 중대재해 사각지대 해소하는 등 관련 신규사업도 확대했다. 산재 은폐나 규칙 위반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온열질환 예방, 산재 예방 시설 지원 규모도 증액됐다.
경찰 전담수사팀도 신설된다. 경찰청은 이날 열리는 국가경찰위원회 정례회의에 전국 시·도청에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 인력을 보강하는 내용의 직제 개편안을 상정한다. 기존 시·도청 형사기동대 내 안전사고 수사팀 인력과 충원 인력을 더해 100여명 규모의 산재수사팀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역시 정부 기조에 맞춰 산업안전 관련 법률 일부개정안을 다수 발의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24일까지 약 한 달간 건설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해 발의된 법률안은 55건이다. 이 중 최근 가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포함해 25건이 건설산업의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대표적인 법안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총 5개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 행사 주체를 확대하고 작업 중지 또는 대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작업중지권을 실행한 근로자 등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자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안번호 제11767호, 김정호 의원 대표 발의) 등이다. 작업중지권 사유에 폭염·한파를 추가하고 작업중지권 발동에 따른 임금 감소분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의안번호 제11936호, 차규근 의원 대표 발의)도 있다.
이외에 건설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해당 건설사업자명과 건설공사명, 현장 소재지, 사망자 수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의안번호 제11662호, 정부 발의)과 안전 관련 규제 폐지 또는 완화 시 심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안번호 제12251호, 김정호 의원 대표 발의)도 발의된 상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연매출 3%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도 발의됐다. 연매출 3%는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과 맞먹는 수준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가 산재 사망사고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임에도 국회가 같은 시기 규제강화·처벌 중심의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는 것은 위축된 산업을 얼어붙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개별 문제 해결을 위한 원포인트성 중복 규제와 처벌 강화가 아닌 근원적 원인 분석과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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