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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위해 골프박사 된 아버지..父女의 땀과 눈물로 완성된 '신다인표 스윙'

이데일리 주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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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위해 골프박사 된 아버지..父女의 땀과 눈물로 완성된 '신다인표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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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인, 국가대표 발탁 뒤 샷공포증으로 슬럼프
유명 코치 찾아다녀도 해결 방법 못찾고 고민
부친, 고통스러워 하는 딸 보며 "우리가 해보자"
유튜브 영상 보며 딸에 맞는 스윙 찾아 연구
1년 반 노력 끝에 지금의 '신다인표 스윙' 완성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신다인(24)의 뒤에는 눈물겨운 시간과 이를 함께 버텨낸 아버지 신해식 씨(55)의 헌신이 있었다. 신 씨는 골프채조차 잡아본 적 없는 문외한이었지만, 딸 다인이가 ‘입스’(샷 공포증)로 슬럼프에 빠지자 직접 ‘스윙 코치’를 자처하며 함께 길을 찾아 나선 특별한 여정이었다.

31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신다인(가운데)가 부모님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 앞에서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31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신다인(가운데)가 부모님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 앞에서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갑자기 찾아온 입스…스윙 무너지며 성적 곤두박질

신다인은 중학생이던 2016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박민지를 꺾고 우승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태극마크와 함께 찾아온 건 ‘입스’였다. 드라이버 샷에서 시작된 불안은 우드와 아이언으로 번져 스윙이 무너졌고, 성적은 추락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입스가 심해지면서 신다인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21살이 되던 해, 신다인은 결국 아버지에게 “도저히 안 되겠다. 3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딸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고 생각한 신해식 씨는 “아빠랑 한번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고, 부녀의 특별한 도전이 시작됐다. 경남 창원에서 직장에 다니는 신 씨는 매주 경기도 용인에 올라와 훈련 중인 딸을 만났고, 대회가 열릴 때면 경기장을 찾았다.

“골프의 ‘골’ 자도 몰랐습니다. 채도 잡아본 적이 없지만,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 유튜브에 있는 유명 코치들의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딸이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부녀는 스윙 영상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연구했다. 신 씨는 “조금씩 변화했지만, 스윙코치에 레슨을 받으면 예전 병이 다시 도졌다”며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연구했고, ‘가장 심플한 스윙을 하자. 경기 중에 스윙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바로 수정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스윙 해보자’는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연구하면서 ‘신다인표 스윙’을 만들었다”면서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6개월 가량 지나면서 확신이 생겼고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신다인이 KG 레이디스 오픈 우승 뒤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신다인이 KG 레이디스 오픈 우승 뒤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1년반의 연구…부녀가 함께 만든 ‘신다인표 스윙’

신 씨는 딸의 체형과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했다. 체격이 큰 편이어서 스윙 시 하체가 과도하게 열리면 임팩트 순간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다. 이를 막기 위해 하체를 단단히 잡고 상체 위주의 스윙으로 변화를 줬다. 방향성이 좋아졌고, 백스윙의 높이를 조절하며 거리감 문제도 조금씩 해결했다.


신다인의 스윙은 아마추어 골퍼의 눈에도 독특하게 비친다. 백스윙을 가파르게 올렸다가 임팩트 순간 머리가 먼저 돌아가는, 이른바 ‘헤드업’ 동작을 한다. ‘스윙 정석’에서 많이 벗어나 다소 엉뚱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이 독특한 스윙은 부녀가 오랜 시간 독학으로 완성해낸 ‘신다인표 맞춤형 스윙’이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어요. 둘 다 스윙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자신이 없었죠. 하지만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면서 믿음이 생겼어요. 1년 반의 연구 끝에 완성된 스윙은 다인만의 무기가 됐죠.”

신다인은 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지난해 KLPGA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박민지, 박현경, 유해란 등 국가대표 동기들이 이미 프로 무대에서 스타가 된 후에 겨우 첫발을 뗐다. 투어 활동을 위해 다른 코치를 찾아가 스윙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독’이 됐다. 결국 부녀는 둘이 찾은 ‘맞춤식 스윙’을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아버지 동행에 일어선 신다인…48번째 대회서 첫승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온 ‘입스’를 해결하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그토록 바라던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했고, 48번째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렸다.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신다인은 상금 1억 8000만 원과 부상으로 #KG모빌리티의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받았다.

신 씨는 딸이 있는 용인으로 오기 위해선 버스를 타거나, 차를 빌려 타야 했다. 이번 대회에도 렌터카를 타고 왔지만, 이제는 자가용을 끌고 어디든 다닐 수 있게 됐다. 부녀의 눈물이 녹아 있는 세상에서 단 한 대뿐인 특별한 차다.

신 씨는 “이번 우승이 끝은 아니다”며 “이번에 거둔 1승은 새로운 목표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신다인 역시 아버지의 묵묵한 동행 덕분에 다시 일어섰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스윙 이론에도 맞지 않는, 그러나 누구보다 단단한 ‘신다인표 스윙’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신다인이 2차 연장 끝에 우승을 확정하자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신다인이 2차 연장 끝에 우승을 확정하자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