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과,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근조 리본을 착용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1일, 국회 본회의장이 형형색색의 한복과 검은색 상복으로 갈라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열린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여야가 ‘한복-상복’을 통해 극명하게 엇갈린 정국 인식을 드러내며, 향후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험난한 길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다수의 의원들이 한복을 입고 등원한 건, 지난 30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께도 세계인에게도 한국 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가 한복을 입고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 의원 등은 개회식을 앞두고 여러 빛깔의 한복을 뽐내며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보좌관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은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쪽 찐 머리에 파란색 한복을 입고 의원들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건넸고,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저승사자 복장을 따라 검은 도포에 갓을 쓰고 등장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내란 세력 청산’을 의미하는 유관순 열사의 복장을 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한복 차림에 부채를 들고 회의장에 입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검은색 옷차림에 ‘근조-의회 민주주의’라 적힌 검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이들은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송언석 원내대표)로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회색 바탕에 보라색 빛이 감도는 한복을 입은 우 의장은 이날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모두가 한복을 입지 못한 것은 아쉽기는 하다”며 “헌법과 민주주의 규범 안에서 여당은 야당의 역할을, 야당은 여당의 역할을 존중하는 가운데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는 국회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에 온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여야가 손을 잡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을 통해 “대통령과 여야 간 대화도 다양하고 풍성하게 이뤄지면 좋겠다”는 김 총리의 말에, 장 대표는 “여당은 미래로 나가자면서 계속 과거의 일로 무리하게 야당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야당에서도 여당과 협치의 손을 내밀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법무부는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오는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될 예정이다. 표결은 이르면 10일부터 12일까지 가능하다. 국민의힘 쪽에서 이를 두고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는 날(10일)에 맞춰서 권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게 치졸한 정치보복적 의사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여권 안에서도 11일 또는 12일 권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 검은 양복과 넥타이, 근조 리본을 착용한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김채운 전광준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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