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금 정부출연 7.5배 늘려
12조원대 보증 여력 확보나서
3500억弗 투자규모 감안땐
향후 수조원대 출연 불가피
12조원대 보증 여력 확보나서
3500억弗 투자규모 감안땐
향후 수조원대 출연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08.26 [워싱턴DC=김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청구서’가 한국 경제와 정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대미 투자를 보증 지원하는 무역보험기금의 정부 출연액을 7.5배 늘리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로 인해 내년도 산업부 예산은 역대 최대치인 21.4% 늘어난 13조8778억원 규모로 마련됐다.
내년도 무역보험기금 출연액이 6005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출연액 800억원 대비 7.5배 늘어난 규모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1조7000억원 규모의 통상·수출 대응 예산 가운데 무역보험기금 출연액 6005억원이 대미 투자 펀드와 연계돼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6005억원을 우선 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미 무역보험 관련 예산은 일회성 지출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기금배수(기금 총액 대비 기금 유효 계약액)가 약 20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확충된 보증여력이 12조원 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 측에 약속한 대미 투자 펀드 규모가 3500억달러(약 487조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수조 원의 기금 출연이 불가피하다.
문 차관은 “펀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 중이고 어떤 프로젝트인지, 어떤 시기에 무엇을 할건지에 대해 확정돼 있지 않다”며 “어떤 프로젝트든지 캐피털콜(투자 계획이 생길 때마다 필요한 자금을 요청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크고, 협상 진행 과정 속에서 그 부분이 명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마스가 프로젝트 지원 방향도 구체화 됐다. 국내 기업들의 대미 협력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미 조선협력 지원 사업’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산업부는 마스가 프로젝트 관련 예산만 3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에 예산 66억원을 투입해 한미 조선해양산업기술협력센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소 조선사의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예산도 50억원 신규 편성했다.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예산도 77억원 투입된다.
한미 무역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미 수출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급감한 가운데 향후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7% 감소한 대미 수출액은 5월에도 8.2% 줄었고, 7월에는 1.5% 소폭 반등했다. 7월까지만 해도 100억달러 선을 지키던 대미 수출액은 지난달 12% 줄어들며 80억달러대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미 수출에 악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15%로 인하하기로 한 자동차 품목관세율은 아직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관세를 내부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한도가 있을 것”이라며 “한도를 넘어서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요가 떨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이 추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변수로 남아 있다. 대미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최혜국 대우를 받더라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산업부는 예산안이 올해보다 대폭 늘면서 1조900억원가량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 단행한다고 밝혔다. 폐광 대책비 1186억원, 에너지 산업 협력 개발 지원(ODA) 646억원 등 분야에서 지출이 줄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에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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