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간토 조선인 학살’ 9년째 부정한 도쿄지사…시민들 “용납 안 돼”

한겨레
원문보기

‘간토 조선인 학살’ 9년째 부정한 도쿄지사…시민들 “용납 안 돼”

서울맑음 / -3.9 °
니시자와 기요시 도쿄조선인강제연행 진상조사단 일본 쪽 대표가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2년 희생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니시자와 기요시 도쿄조선인강제연행 진상조사단 일본 쪽 대표가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2년 희생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조선인 희생자를 경시하는 고이케 도지사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니시자와 기요시 도쿄조선인강제연행 진상조사단 일본 쪽 대표는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2년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 송부를 거부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간토 학살은 조선인들이 (도쿄 등지에서) 일본인들에게 학살된 것”이라며 “현재 도쿄를 책임지는 고이케 지사가 (과거사에서) 도망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는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 등을 포함한 역대 도지사들이 추도문을 보내왔지만, 고이케 지사는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올해까지 9년째 추도문 송부를 거부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 송부를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 공원에 있는 대지진 희생자 위령당에서 열리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별도 추도 행사에 추도문을 보냈으니,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해 따로 추도문 송부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연재해로 숨진 이들과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 피해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간토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 “연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추도식을 이끌어온 니시자와 대표 역시 간토대지진 당시 숨진 일본인 증조할머니와 할머니, 삼촌 유골이 위령당에 안치돼 있다. 그러나 그는 “고이케 지사가 일본인 희생자를 위한 대법요(위령제)에 참석했던데, 돌아가신 우리 가족들이라면 ‘지사님, 우리는 이제 됐으니 더 심한 일은 겪은 (조선인) 분들에게 가주세요'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현재 일본의 외국인 혐오나 ‘일본인 퍼스트’ 주장 등이 고이케 지사 같은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토 조선인 학살은 1923년 9월1일 발생한 대지진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 유언비어를 빌미로 일본 군·경, 자경단이 죄없는 조선인 수천명 등을 살해한 사건이다. 일·조협회 도쿄도 연합회 등이 1974년부터 요코아미초 공원 한켠에 추도비를 마련해 해마다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는 “정부 조사에 한정한다면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조선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극우 세력 일부가 동조해 올해도 추도식장 주변에서 혐오 시위를 벌였다.



다만 올해는 작은 진전이 있었다. 지난 2월 꾸려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검증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총리 등 일본 정부에 진상규명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토 조선인 학살이 일어난 또다른 간토 지방인 사이타마·지바현의 지사는 각각 4일, 7일 이 지역들에서 열리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냈다.



도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