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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힘 빼기'vs'시스템 안정'…중수청 놓고 당정 충돌

이데일리 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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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힘 빼기'vs'시스템 안정'…중수청 놓고 당정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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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검찰 개혁, 당정 불협화음
김민석 총리, 행안부·법무부 장관 불러 조정
중수청 소속 두고…'행안부 vs 법무부' 갈등
수사·기소 분리에는 이견 없으나…각론 이견
민주당, 9월 중 수사·기소 분리 법안 마무리 계획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 추진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아래에 둘 것인지, 아니면 법무부 산하에 둘 것인지와 관련해 ‘당정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갈등설에 선을 그으면서 외견상으로는 봉합됐으나 그 이면엔 ‘검찰 힘 빼기’와 ‘형사사법시스템 안정’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를 놓고 충돌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중수청 배치 놓고 격돌…김 총리 직접 조정 나서

1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났다. 김 총리가 두 장관을 만난 건 검찰청을 폐지하면서 기존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을 이양받을 중수청을 어느 부서에 둘지를 두고 불거진 당정 갈등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두 장관을 만나 이 부분에 대한 부처 입장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그래픽=문승용 기자)


민주당은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추후 결정으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기소와 수사의 분리’라는 큰 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는 이달 내로 법안을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청을 폐지한 뒤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수사권은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중수청을 행안부 소속으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기소와 수사의 분리인데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로 둘 경우 사실상 옛 검찰청과 다를 바 없는 조직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민주당과 친여 성향이 짙은 조국혁신당은 중수청을 법무부에 둘 경우 기존 검사들과의 인적 교류로 인한 완전한 탈(脫)검찰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사를 바탕으로 한 검찰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소청과 중수청을 별도로 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부는 중수청을 행안부에 둘 경우 모든 1차 수사기관이 행안부 산하에 있어 권력 비대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 등에서 수사 지휘체계를 확립해 온 만큼 형사사법시스템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소관 사무에 ‘검찰’을,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 소관 업무에는 ‘경찰’ 관련 조항이 없다. 무엇보다 경찰과 중수청이라는 거대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중수청 소속 놓고 당정 갈등…검찰개혁 vs 사법시스템 안정화

중수청을 둘러싼 당정 갈등설은 ‘검찰 힘 빼기’와 ‘형사사법시스템 안정화’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여당 내에서도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기소와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권과 유착해 사건을 덮거나 반대파를 숙청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나 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수사 등을 이유로, 검찰을 향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내 강경파에서는 중수청을 행안부로 둬야 ‘완전한’ 검찰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검찰은 수사 자체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이계 ‘좌장’격이자 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정성호 장관이 강경파로부터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강경파에서는 검찰을 폐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대안으로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둔다’는 건 사실상 검찰 폐지가 아닌 ‘쪼개는 것’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이관할 경우 형사사법시스템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중수청이 행안부에 편입될 경우 기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수사 범위·기능이 겹쳐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차라리 중수청을 설치하지 않고 검찰의 직접수사권만 폐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1차 수사기관이 지나치게 한 부처에 집중될 경우 국민의 기본권 침해 위험이 높아진다는 걱정도 나온다. 자칫 경찰·중수청이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나아가 중수청이라는 기관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는데 검찰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한 순간에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중대범죄수사를 할 만한 전문성, 경험이 있는 인력은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속 공무원들 외에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