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CEO 만난 이찬진 금감원장, '실손' 콕 집어 소비자보호 강조

'금융소비자 보호' 또 다시 최우선 과제로
잘못된 상품 설계·무리한 판매 관행엔 "무관용"
건전성 관리·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 당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금융소비자 보호'와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를 거듭 주문했다.

보험사들의 무리한 판매 관행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다며 상품 설계·판매 전 과정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 질서 확립을 촉구했다. 보험사들이 이같은 내부통제를 소홀히 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1일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장과 16개 주요 보험사 CEO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보험업계가 마주한 현안과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업계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보험사 CEO 대상 간담회다.

이 원장은 예상대로 모두발언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보험의 본질은 '소비자 보호'에 있음을 명심하고 이를 업무 전반에 반영해 달라"면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진부터 소비자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손의료보험을 예로 들며 "특히 잘못된 보험상품 설계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악화, 의료비 부담 증가, 과잉의료 등 의료체계 왜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상품 설계와 심사 단계부터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 [단독]이찬진 금감원장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TF 운영" 주문(2025.08.26)

금감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상품 설계·심사 단계별 내부통제가 책무구조도에 반영됐는지 철저히 살펴볼 계획이다. 단기 실적에 치중해 상품개발 내부통제를 소홀히 하는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단기 실적을 위한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시행 이후 판매 경쟁 과열과 상품쏠림 심화 등 시장 혼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불완전판매와 부당한 보험 갈아타기,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판매수수료 지급·설계사 스카우트 등에서 엄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GA(법인보험대리점) 관리체계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금감원은 과도한 보험 판매수수료 지급, 설계사 고액 정착지원금, GA의 불건전 영업 등 보험시장 전반의 만연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감독·검사 자원을 집중하고 행위자뿐 아니라 경영진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산업 건전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보험산업은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만큼 무엇보다 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자산·부채관리(ALM)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와 관련해 업계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등 연착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보험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도 첨단산업, SOC 등 생산적 금융에 대한 자금 공급과 ESG 연계 투자 확대를 요청드린다"며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 금융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상품개발, 가입대상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도 보험이 제공하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보험가입이나 보험금 지급 시에도 직업, 소득, 장애 여부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관련기사 : [그들의 금융]⑥차별 말랬더니…보험은 지워버렸다(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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