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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절차·요건 엄격, 재편 어려워”

헤럴드경제 한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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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절차·요건 엄격, 재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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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석화 특별법 제정 공청회’
기업집단구조, 장기심사 등 장애물
공정거래법 제외, 기활법 개정 필요
통폐합시 稅감면·맞춤 인력책 지원
“이른 시일 내에 특별법 제정해야”
석유화학기업이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 모습  [헤럴드 DB]

석유화학기업이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 모습 [헤럴드 DB]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이하 석화) 산업 구조조정을 기업 자율로 맡기기로 한 가운데, 석화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신속한 통폐합에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각종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간 사업 재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법안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할 시 석화 산업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수 SK지오센트릭 경영기획실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화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현행 절차와 요건이 엄격해 사업 재편 논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절차 및 요건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국내 석화 기업들은 고사 직전에 몰렸다. 주요 석화 기업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여수의 국세 징수액은 3조8269억원으로, 2021년(5조7538억원) 대비 3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산, 울산 징수액은 각각 47.1%, 28.3% 줄었다.

석화 산업 위기로 기업과 지역 사회가 벼랑 끝에 몰리자 정부는 지난달 석화 기업들에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톤까지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안을 살펴본 후 향후 지원책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석화 기업들은 정책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사업 재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 및 국회 차원에서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각종 규제로 생산시설 통폐합 논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수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석화 기업들 간 통폐합을 위한 기업 결합을 고려할 수 있으나 기업 집단 구조, 장기간의 심사 등이 신속한 통폐합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인가제도의 경우 인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효적인 제도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기활법)에는 공동행위와 관련된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며 “석화 산업에서 불황 극복을 위한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기 위해서는 기활법 개정 등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석화 기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석화 지원 특별법 제정이 이른 시일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6월 대표 발의한 특별법에는 석화 기업 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세제 지원, 전기료 감면 등과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

롯데케미칼과의 NCC 통합 등을 논의하고 있는 HD현대케미칼의 정대옥 기획부문장은 “석화 산업은 국가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간 산업”이라며 “신속한 사업 재편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폐합 시 발생하는 자산 양수도에 대한 양도소득세, 법인세, 취·등록세에 대한 면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기섭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경영지원본부장은 사업 재편 승인 기업들 대상으로 공시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사업재편으로 인해 앞서 발표된 공시들의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사업재편 신청 과정에 ‘변경 공시’를 추가하고 심의위원회의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수 SK지오센트릭 경영기획실장은 “사업재편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직자·이직자 대상 재교육 등 맞춤형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석화 산업은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주요 전방 산업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산업인 만큼 국내 생태계 및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석화 산업 자체만을 위한 보호 수단이 아니라, 전방 산업의 소재 수급 안정성과 후방 생태계의 연쇄 붕괴 방지를 위한 석화 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