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비즈워치 언론사 이미지

신세계인터, 전략에 변화를 주다…'K패션' 육성에 승부수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정혜인 기자 ]
원문보기

신세계인터, 전략에 변화를 주다…'K패션' 육성에 승부수

서울맑음 / -3.9 °
최근 자체 가성비 여성복 브랜드 '자아' 론칭
국내 남성복 '포터리'에 50억원 지분 투자도
수입 브랜드 의존도 낮추고 신성장 브랜드 육성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K패션'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5년 만에 신규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고 주요 브랜드를 리브랜딩하는 동시에 신성장 브랜드 투자에도 나섰다. 해외 패션 브랜드의 국내 직진출과 소비 위축으로 실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늘어나는 자체 브랜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자체 여성복 '자아(JAAH)'를 새롭게 선보였다. 자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20년 론칭했다가 2023년 철수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 '브플먼트'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자체 여성복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현재 운영 중인 7개의 자체 브랜드 중 외부 인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기획해 선보인 여성복 브랜드는 자아가 유일하다.

자아는 캐주얼과 컨템포러리, 스포츠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컨템포러리 특유의 디자인과 품질을 지향하면서도 스포츠웨어의 기능성 소재를 활용하고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췄다. 어떤 아이템과도 조합(믹스앤매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주체적으로 즐기는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규 여성복 브랜드 '자아'의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자아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규 여성복 브랜드 '자아'의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자아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


이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기존 자체 브랜드의 리브랜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에는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을 '한국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2016년 남성 편집숍 브랜드로 출발한 맨온더분은 자체 제작 상품과 글로벌 브랜드를 함께 선보여왔다. 과거에는 2040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유러피안 스타일을 주로 제안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의 구분을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국 남성을 위한 패션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키로 했다.

또 국내 최장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도 올해 초 9년 만에 로고를 변경하는 등 순차적으로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1년 '톰보이'를 인수해 2016년 현재의 스튜디오 톰보이로 리뉴얼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의 의류 라이선스를 획득해 지난해 9월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국내에 론칭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 전체에 대한 리브랜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원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브랜드 육성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6년 만에 신성장 패션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단행했다. 대상은 국내 남성복 브랜드 '포터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회사 신세계톰보이를 통해 엔베스터-블루도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엔베스터)에 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엔베스터는 신세계톰보이의 출자금을 포함해 총 240억원을 들여 포터리의 지분 60%와 경영권을 인수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외부 패션 브랜드에 대해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2019년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에 이어 두 번째다.

포터리는 2017년 론칭한 남성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보이며 강력한 2040 남성 팬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여성복으로 라인을 확장하기도 했다. 포터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272억원으로 전년보다 27.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8.4%나 늘어난 31억원을 기록했다.

남성복 브랜드 '포터리'. / 사진=포터리 홈페이지

남성복 브랜드 '포터리'. / 사진=포터리 홈페이지


신세계톰보이는 이번 출자를 통해 'K패션 전문 법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스튜디오 톰보이를 운영하는 신세계톰보이는 2023년 9월 신세계인터내셔날로부터 여성복 '보브'와 '지컷'사업을 양도 받으면서 K패션 전문 법인으로 재출범했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향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엔베스터로부터 포터리를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포터리를 인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 성장세에 따라 자체 브랜드로 편입할 수 있다. 이 경우 여성복 중심으로 치우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포트폴리오에서 약한 고리였던 남성복을 보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브랜드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 단계"라며 "신성장 브랜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전략적으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리스크 줄이고 기회 늘리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간 '수입 패션 명가'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 높은 수입 브랜드를 다수 선보여왔다. 올해도 미국 럭셔리 브랜드 '앙팡 리쉬 데프리메', 일본 패션 브랜드 'CFCL' 등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그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들어 더욱 K패션 브랜드에 힘을 주는 것은 수입 브랜드가 가진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수입 브랜드의 글로벌 본사가 직접 한국에 진출하거나 국내 파트너사를 변경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최근 수년간 '끌로에', '셀린느', '아크네스튜디오', '질샌더' 등의 수입 패션 브랜드가 포트폴리오에서 이탈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은 2022년 이후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 1조5339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23년 1조3543억원, 2024년 1조3086억원까지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53억원에서 2023년 487억원, 2024년 26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도 부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6128억원으로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은 90.3%나 줄어들며 24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수입 패션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 국한돼 판매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자체 브랜드는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 최근 K패션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자체 브랜드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언제든 글로벌 본사의 전략 변화에 따라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체 브랜드 강화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K패션의 해외 확장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