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KIA의 경기도 그랬다. 단순히 정규시즌 한 경기가 아니라 양팀이 반드시 이기고 싶어하는 느낌이 잘 드러났다. 두 팀 모두 불펜과 대타 자원을 총동원했고, 어느 순간에는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경기 운영도 나왔다. 경기 승패를 떠나 중립적인 상황에서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는 꽤 재밌는 경기였다.
1회 KIA가 먼저 1점을 뽑았지만 1회 KT가 상대 선발 양현종을 공략하면서 3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2회에도 1점을 추가해 4-1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최근 타격 컨디션을 회복한 KIA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3회 김선빈의 적시타, 그리고 4회 오선우의 솔로홈런으로 각각 1점을 만회했다. 팽팽한 경기로, 양팀 모두가 이제 벌어질 처절한 총력전을 예감하고 있었다.
KIA는 3-4로 뒤진 5회 양현종이 1사 후 안현민에게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투수를 바꾸고 불펜 운영에 들어갔다. 양현종이 승리를 따낼 수 있을 정도로 길게 던져주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펜 운영을 빨리 하겠다는 이범호 KIA 감독의 경기 전 예고대로였다. KIA 불펜 첫 번째 주자인 조상우가 추가 실점을 막아내고 5회를 마무리했다.
헤이수스는 28일 경기 당시 6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이날 등판했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등판 후 이틀을 쉰 뒤 다음 등판에 대비해 불펜 피칭을 한 번 한다. 그 불펜 피칭을 실전에서 대체하는 강수를 뒀다. 상대 타순이 좌타자가 많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1이닝 20구 정도라면 큰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고, 이는 물론 헤이수스도 동의 하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컸다.
헤이수스는 이날 첫 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김석환 한준수 김태군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팀 리드를 지켰다. 이는 진짜 한국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는 투수 운영이었다. 헤이수스에게는 낯선 홀드 기록이 올라갔다.
하지만 반전은 또 있었다. KT가 9회 KIA 마무리 정해영을 무너뜨리면서 기어이 승리를 가져간 것이다. KT는 선두 허경민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스티븐슨이 우전 안타를 기록하면서 불씨를 살렸다. 장진혁이 삼진으로 물러나 2사 1루가 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황재균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고르며 동점 주자가 됐고, 장성우가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1점 차까지 따라갔다.
여기서 1루 주자 장성우는 발 빠른 대주자 유준규로 바뀌었다. 그리고 김상수가 먼저 스트라이크 두 개를 먹고도 끈질기게 커트하며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2사에 풀카운트라 타자가 콘택트가 되면 주자들은 무조건 돌진하는 상황에서 김상수의 타구가 우중간에 떨어졌고, 1루 주자 유준규까지 홈에 들어오며 극적인 KT의 끝내기 승리가 완성됐다.
KT는 이날 승리로 6위 자리를 지켰다. 6위라고 하지만 3위 SSG와 경기차는 반 경기에 불과하다. 반대로 KIA는 8위에 머무르면서 이날 경기가 두고두고 땅을 칠 만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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