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격화에 타협안 제시한 인니 대통령 "국회의원 주택수당 폐지"

"폭력 시위, 군·경 엄중 단속 지시" 강경 입장도
최대 학생단체 "부족한 조치… 시위 이어갈 것"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31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의원 특권·수당을 일부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지는 시위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시위 참여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타협안을 내놨다. 각 정당 대표와의 협의 아래 국회의원이 가지는 일부 특권을 포기하고 수당도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타협안 제시와 함께 일부 시위자들의 행동을 '테러'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시사한 상황이라 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31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 지도부가 국회의원 주택 수당 규모과 해외 출장을 포함한 여러 국회 내 정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정부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하원의원 580명에게 각각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의 주택 수당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특권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전국적인 집회가 이어져왔다.

다만 프라보워 대통령은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시위대가 폭동을 일으키거나 약탈하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을 군과 경찰에 지시했다"며 최근 일부 시위대의 행동이 "테러나 반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진정성 있는 열망을 평화롭게 표현해달라"며 "여러분의 목소리가 실현되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해가며 시위대를 회유하고 나섰지만, 집회를 주도해온 학생 단체들은 '불충분한 조치'라며 예정된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내 최대 학생 연합체인 전인도네시아학생집행위원회의 무잠밀 이흐산 위원장은 로이터에 정부 조치에도 "추가 시위를 고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뿌리 깊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단체인 '민주주의를 위한 인도네시아 학생 연맹'의 테가르 아프리안샤 회장도 이번 발표가 "정치적 과두제와 불평등한 경제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보워 대통령이 경찰·군대에 내린 진압 지시가 "명백히 억압적이고 위협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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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