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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반러·민족주의 거물 정치인, 리비우서 암살 당해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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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반러·민족주의 거물 정치인, 리비우서 암살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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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혁명 상징적 인물…개전후 최고 거물 피격사건
의문의 괴한 전동킥보드 타고 접근해 총격 후 도주
우크라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러 연계 가능성 수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의 대표 민족주의 정치인 안드리 파루비(54) 전 국회의장이 리비우에서 총격으로 암살됐다. 교전 지역과 멀리 떨어진 서부 도시에서 발생한 또다른 테러 행위인 데다,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최고 ‘거물’이 암살된 것이어서 우크라이나 정계와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서 괴한의 총격을 맞고 사망한 안드리 파루비 전 국회의장. (사진=AFP)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서 괴한의 총격을 맞고 사망한 안드리 파루비 전 국회의장. (사진=AFP)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 리비우 시내에서 파루비 전 의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루비 전 의장은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의 주역으로, 오랜 기간 대(對)러시아 강경 반대파이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범인은 배달원으로 위장해 전동킥보드를 타고 접근했으며, 노란 보온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파루비 전 의장을 여러 차례 쏜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파루비 전 의장은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는 여전히 도주 중으로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러시아 연계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배후설을 수사 중이다. 현지 경찰은 가해자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였다”면서 이번 사건을 “매우 정교하게 계획된 테러”라고 규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치밀하게 계획된 끔찍한 살인”이라며 국가 기관을 총동원해 범인 추적에 나섰다고 공표했다. 리비우 시장 역시 “전시국가에서 안전 불안, 안전지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대내외적인 파장이 클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종전 및 전후 안전보장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배후로 밝혀질 경우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파루비 전 의장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극우 스보보다당을 공동 창당하고,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직후 국가안보국장, 하원의장을 지내면서 반러·친서방 노선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적인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야당(유럽연대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해왔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파루비 전 의장의 죽음을 애도한 뒤 “그는 진정한 애국자이자 오랜 전우였다. 이번 총격은 개인이 아닌 우크라이나 심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에서 최근 1년 동안 극우 진영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피살되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에도 파루비 전 의장과 같은 스보보다당 출신 이리나 파리온 전 의원이 리비우에서 유사 총격으로 숨졌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알파 특수부대 고위 장교 이반 보로니치가 자택 인근에서 암살됐다.

양국 간 첩보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치·사회 지도급 인사에 대한 경계와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