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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 누비는 이재용, AI와 원전 협력으로 미래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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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 누비는 이재용, AI와 원전 협력으로 미래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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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주일간의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31일 귀국했다. 이번 방미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조선·원전·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가 전략 산업 전반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해 정상회담과 연계한 각종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했다. 출장 기간 그는 미국 워싱턴D.C.를 비롯한 주요 현장에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의제를 집중 점검했다.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난 그는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된 질문에 “일 열심히 해야죠”라는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출장 소회와 향후 구상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며 말을 아꼈지만, 현장에서 드러난 행보는 묵직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방미 기간 조선 및 원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해군·해상수송사령부의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하는 동시에, 향후에는 미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까지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물산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페르미 아메리카와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협약에는 원자력과 신재생, 가스복합발전 등 에너지 전 분야가 망라됐다. 특히 텍사스 아마릴로에 건설 예정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는 대형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를 비롯해 태양광·ESS·가스복합화력이 결합된 차세대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포함됐다. 동시에 이 에너지 시스템은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와 직결될 예정으로,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함께 겨냥하는 복합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재용 회장의 방미 기간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만남이었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두 사람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고, 이는 곧 글로벌 반도체 협력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SK와 삼성이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AI 산업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와의 접점을 강화할 여지가 크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대미 추가 투자나 구체적 공급 계약은 공개되지 않았다.

출장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나흘 뒤인 지난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공급을 허가하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전격 철회했다. 이는 미·중 기술 갈등의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100% 품목 관세 예고와 맞물려 향후 대중 수출 및 장비 도입 과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귀국 직전까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접촉을 이어갔지만, 향후 사업 구상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하지만 삼성의 위기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삼각축을 중심으로 향후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 성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AI, 원전, 조선이라는 미래 산업 동력을 묶어 한미 간 협력 틀을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중 규제, 관세 장벽 등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이번 귀국 멘트에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묵묵히 길을 찾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삼성의 미래는 이제 반도체와 AI를 넘어, 에너지와 인프라,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라는 더 큰 무대로 향하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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